프로야구 선수에게 상대팀 팬들의 야유는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이름난 선수라도 원정경기에서 감수해야하는 게 홈팬들의 야유다. 그런데 넥센 이택근에게 지난해까지 자신을 열성적으로 응원했던 LG 팬들의 반응(?)이 조금은 어색했던 모양이다.
2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넥센전. 3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택근은 1회초 첫 타석 때 헬멧을 벗고 1루쪽 LG 관중석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타이밍이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3번 타자 이택근"을 소개하는 멘트가 나오자마자 1루쪽 관중석에서 이미 "우~"하는 야유가 터져나온 뒤였다. 약간 머쓱해진 이택근은 천천히 타석에 들어갔다.
LG 선발투수 정재복이 던진 초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자 관중석에서는 다시 함성이 쏟아졌다.
이택근은 3회초 두번째 타석 때도 헬멧을 벗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바로 보란듯이 중전안타를 터트리더니, 도루에 성공했고, 후속타자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당연히 인사는 인사이고, 경기는 경기였던 셈이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택근은 2010년 LG로 이적해 2년을 뛰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자 총액 50억원에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프로에서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LG 팬 입장에서는 이택근이 얄미웠을 법도 하다.
이택근은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시범경기 LG전 때 이미 야유를 경험했다. LG 팬들은 이택근이 타석에 있을 때나 수비 때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쏟아냈다.
이택근은 "야유 때문에 헬멧을 벗은 게 아니라 2년 간 나를 격려하고 응원해준 LG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인사를 했다"고 했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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