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삼성 오승환도 불 붙은 롯데 방망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피해가지 못한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최고 마무리로서 쌓아올린 자존심이 완전히 구겨지고 말았다.
오승환은 24일 대구 롯데전에서 팀이 2-0으로 앞서던 9회초 마무리를 위해 등판했다. 대구구장에 오승환의 등장 테마곡인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웅장하게 울려퍼지자 경기장을 찾은 대구팬들은 환호했다. 누구도 잠시후 벌어질 일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불안한 오승환이었다. 첫 타자는 전준우. 전준우는 볼카운트 0B2S에서 오승환이 던진 한가운데 직구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지난해 5월 20일 대구 두산전에서 손시헌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후 340일 만에 허용한 홈런이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나머지 3타자를 잡으면 됐다. 하지만 롯데의 창은 날카로운 것을 넘어 공포스러웠다. 이어 등장한 홍성흔이 볼카운트 0B2S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밀어쳐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대주자 정 훈이 등장했다.
정석대로 박종윤이 희생번트로 정 훈을 2루에 보냈다. 강민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롯데 타자들은 거침이 없었다. 좌타자 손아섭을 고의사구로 걸러낸 오승환은 황재균에게 또다시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블론세이브 기록도 손시헌에게 홈런을 허용한 그 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29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이 좌절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어진 주자 1, 2루의 위기. 당황한 오승환은 신인 신본기를 넘지 못하고 볼넷을 내줬다.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김주찬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주찬은 1구를 볼로 골라낸 후 연속 4개의 공을 커트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제대로 사고를 쳤다. 좌중간 2루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이며 환호했다. 제구가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오승환은 최고구속 152㎞의 직구를 뿌렸다. 구위는 정상이었다는 뜻.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결국 오승환을 무너뜨린 셈이다.
이렇게 패전투수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표를 붙이게 된 오승환이었다. 하지만 아쉬운게 하나 더 있었다. 개인 최다실점 기록까지 새로 작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주찬에게 결승타를 허용한 후 오승환은 안지만과 교체됐다. 문제는 안지만이 조성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점이다. 모두 오승환의 주자였다. 6실점으로 지난 2006년 5월 17일 대구 두산전에서 기록한 개인 최다실점 5실점을 넘어서게 됐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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