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전준우 내리고 손아섭을 3번으로 올리란 말이야."
프로야구에서 한 팀의 타순을 정하는 최종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감독들이 최선의 타순을 정하기 위해 매일밤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짜면 최고의 타순이 나올지 매일같이 고민한다. 재밌는 것은 이런 양 감독에게 특별한 조언자가 있다는 것이다. 권두조 수석코치도, 박정태 타격코치도 아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양 감독의 딸 희정양이댜.
양 감독은 고등학교 1학년인 희정양에게 얼마 전 호통을 들었다. 희정양은 양 감독에게 "아빠, 전준우가 못치는데 왜 자꾸 3번에 넣는거야. 손아섭을 3번으로 올리란 말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리한 조언이었다. 전준우는 개막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던 반면, 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손아섭은 실전에 나서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지난해 손아섭이 3번타자로 좋은 활약을 했던 사실도 반영됐다. 팬심도 작용됐다. "좋아하는 야구 선수가 없다"면서도 희정양이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선수가 바로 전준우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전준우가 부진하자 그 타개책을 직접 내놓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전준우가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희정양의 반응이 걸작이었다. 희정양은 경기 후 양 감독에게 "아빠 야구 뚝심 있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양 감독의 딸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해 초반 롯데가 부진했을 때 많은 비난을 들어야했고, 그 비난이 가족에게까지 옮겨갔다. 양 감독은 아내 조미희씨와 두 자녀가 상처받지 않을까 매일밤 걱정을 했다.
희정양은 양 감독의 가장 사랑스러운 지원군이다.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아빠를 위해 최신곡을 저장해주기도 했다. 양 감독은 "나도 젊은 사람들의 노래를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며 자랑에 열을 올렸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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