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온화함이 머물던 SUN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고향팀 복귀 후 유지하던 '온화 모드'가 '냉정 모드'로 바뀔 조짐이 보인다.
KIA 선동열 감독은 요즘 인내심을 시험받고 있다. 기대와 격려, 그리고 기다림으로 젊은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막상 선수들의 기량이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전체 일정의 10%도 미처 소화하지 못한 시즌 극초반이라 조금 더 참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부진이 이어진다면 선 감독이 다시 '냉혹한 승부사'의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런 기미가 조금씩 보인다. 지난 24일 광주 한화전이 분수령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KIA는 올 시즌 치른 경기 중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8대16으로 크게 졌다. 타선은 그런대로 11안타로 8점을 내면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문제는 투수, 특히 불펜에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KIA는 선발 에이스 윤석민의 뒤를 이어 무려 8명(박지훈-진해수-손영민-심동섭-김희걸-박경태-임준혁-유동훈)의 불펜진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6회부터 9회까지 4이닝 동안 무려 11안타 3볼넷 2사구 1폭투로 11점이나 허용하고 말았다.
이들은 대부분 선 감독이 지난 스프링캠프를 통해 열심히 조련했던 인물들이다. 캠프에서는 분명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당시의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만이 아니다. 때문에 현재 KIA 불펜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다. 25일까지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5.60으로 8개 구단 최하위인데다 선발을 제외한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6.86이나 된다.
이렇게 상황이 나아지는 기미없이 점점 나빠지자 선 감독의 '온화한 미소'도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듯 하다. 지난 24일 경기에서 진 뒤 선 감독은 "승패를 떠나 내용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후 열린 팀미팅에서 선 감독은 젊은 투수들에게 "근성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을 했다. 언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는 선수들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날인 25일. 우천으로 경기는 열리지 않았지만, KIA 선수단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선 감독이 부임 후 처음으로 영입한 다카하시 미치타케 1군 투수 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내고, 이강철 불펜 코치를 새로운 1군 투수코치로 임명한 것. 조규제 2군 투수코치는 1군으로 올라와 이 코치가 맡았던 불펜코치를 이어받았다. 또 24일 경기에서 ⅓이닝 동안 4안타 1볼넷으로 무려 5실점을 기록한 좌완 박경태를 2군으로 보내고, 한승혁을 1군에 등록시켰다.
다카하시 코치와 박경태의 2군행은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선 감독이 '투수진 강화'를 위해 스스로 데려온 일본인 투수코치를 2군으로 보낸 것은 시즌 초 투수진 부진에 대한 자기 반성과 질책의 의미가 담겨있다. 투수코치의 교체로 투수진의 분위기를 새롭게 추스르겠다는 의도다. 또 박경태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시즌 초 선발 로테이션에 전격합류한 인물이다. 이른바 'SUN의 남자'인 것이다. 그런 박경태의 2군행은 향후 어떤 투수라도 부진할 경우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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