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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마운드 '집단 스티브블래스 증후군'이라도 걸렸나

by 이원만 기자
26일 오후 광주 무등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KIA 김희걸이 한화 강동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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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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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IA 불펜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스트라이크 대신 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특정 투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에이스 윤석민과 서재응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투수들이 그렇다.

이로 인해 KIA 포수들은 요즘 늘 긴장 상태다. 공의 탄착점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늘 신경을 써서 공을 잡아줘야 하고, 와일드 피치의 가능성도 염두해야 하기 때문. 포수들의 긴장도와 체력소모도가 크다는 건 그만큼 투수들의 제구력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마치 단체로 '스티브블래스 증후군(특별한 이유없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증세)'에 걸린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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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적인 예로 지난 26일 광주 한화전을 들 수 있다. 이날 KIA 선발 김진우부터 제구력이 썩 좋지 않았다. 직구 최고구속이 149㎞까지 나오면서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은 일단 칭찬받을 만 하다. 그러나 이날 김진우는 결과적으로 4⅔이닝 동안 6안타 3사구 1폭투 등으로 인해 3실점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6개의 안타보다 김진우에게 더 치명적으로 다가온 것은 3개의 볼넷 그리고 몸 맞는 볼 1개와 폭투였다.

이날 1회초 김진우는 기세를 탈 수도 있었다. 1사 후 볼넷으로 1루에 나간 이여상이 도루에 실패하며 2사 주자없는 상황이 됐다. 3번 장성호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주자가 없기 때문에 큰 데미지는 없었다. 그런데 이후 김태균에게 볼넷에 이어 김경언에게 몸맞는 볼을 허용하면서 순식간에 2사 만루의 위기를 초래했다. 결국 후속 고동진이 2타점 선제 결승 2루타를 날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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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광주 무등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투수 김진우가 2회초 한화 이여상의 타구를 가리키고 있다.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4.26.

추가 실점의 패턴도 결국 제구력 붕괴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5회 선두타자 강동우가 김진우로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 이여상의 희생번트 때 3루를 밟았다. 그런데 김진우는 후속 장성호에게 초구 볼을 던진 이후 2구째 몸쪽 커브를 던지려다 폭투를 했다. 각도를 너무 크게 하면서 몸쪽으로 붙이다보니 포수 김상훈이 따라가지 못했다.김진우는 극히 단적인 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히려 불펜에 있다. 이날 두 번째 투수 진해수는 투구수 7개 중 볼을 4개나 던졌다. 6회 선두타자 고동진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고동진은 결국 후속타에 힘입어 홈까지 들어왔다.

6회 무사 1루에서 진해수의 뒤에 나온 김희걸은 더 심각했다. 1이닝 동안 2안타 3볼넷으로 2점을 더 내준다. 그런데 이날 김희걸은 전혀 제구가 되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대부분의 투구는 포수가 기다렸던 탄착점을 크게 벗어나고 말았다. 투구수 26개 중 볼이 13개. 나머지 13개의 스트라이크 가운데에서 제대로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은 코스로 들어온 공은 거의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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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광주 무등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KIA 이용규가 삼진 아웃 당하자 선동열 감독이 강광회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4.26.

이러한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는 결국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71)와 함께 3연패의 원인이 되면서 팀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나오자마자 '볼-볼'을 남발하는 게 가장 나쁜 버릇이다"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되자 자신이 강조했던 부분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감독의 입장에서도 허탈하고, 투수들 역시 답답하다. 그러다보니 표정에서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다. 자신감 저하가 곧 마운드에서 소극적인 볼의 남발로 이어지는 악순환 마저 우려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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