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김)일경이 형의 슬라이딩은 정당했어요."
롯데 유격수 문규현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28일 부산 LG전에서 7회초 수비 도중 2루에 슬라이딩하던 김일경과 부딪힌 후 발목,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며 들것에 실려나간 그였다. 문규현은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후 동료 정 훈의 집으로 함께 이동했다. 29일 경기장에 혼자 나가기 힘들어서였다.
가장 궁금했던건 부상을 입은 당사자인 문규현이 김일경의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였다. 일각에서는 "문규현이 야수로서 피해야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플레이에서 만큼은 그 주장이 용납될 수 없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김일경의 플레이는 분명 상대 선수 생명을 위협할 만한 무리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문규현은 "내가 더 확실하게 피했어야 했다. 일경이 형의 슬라이딩은 주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실 문규현도 그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워낙 긴박하게 플레이가 이뤄지고 있었다. 문규현의 임무는 공을 받고 1루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주자가 어떻게 슬라이딩을 들어왔는지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기자의 판단에는 문규현에게 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여유는 없었다.
다행인 것은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규현은 "처음에 충돌할 때는 머리속에서 '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큰 부상을 직감했다는 뜻이다. 다행히 발목은 괜찮았지만 무릎이 부어 올랐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겐 느낌이 있다고. 문규현은 "당장 경기에 나서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렇게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 같다.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 더욱 자세한 검진을 위해 문규현은 3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2차 정밀검진을 받는다. 무릎이 부어 1차로 찍은 MRI로는 정확한 판독이 힘들다고 했다.
유독 병살 플레이 도중 불운한 부상이 나오는 문규현이다. 지난해 9월9일 인천 SK전 역시 상황은 똑같았다. 당시 주자 김강민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부상을 입은 바 있다. 문규현은 "유독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김일경과의 충돌 때 더 큰 부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두 사람 모두 문규현의 송구를 방해하려 했던 것은 똑같다. 주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플레이다. 김강민은 베이스로 뛰다 공을 던지는 문규현을 향해 슬라이딩을 하며 오른발을 뻗어 송구를 방해했다. 물론 위험한 플레임은 두말할 필요 없다. 하지만 김일경의 충돌 때와 비교하면 슬라이딩의 연속동작으로 볼 수 있다. "문규현이 더 확실히 피했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한 설득력이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일경은 애초에 베이스가 아닌 문규현을 향해 돌진했다. 문규현은 "주자의 스타트가 빨랐기 때문에 당연히 베이스로 슬라이딩을 할 줄 알았는데 내 쪽으로 슬라이딩이 와 깜짝 놀랐다"고 했다. 타자가 이대형이었기 때문에 그를 살리기 위해 방해를 하겠다는 생각은 좋았다. 하지만 의욕만이 앞섰다. 문규현은 포스아웃을 시킨 뒤 2루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공을 던졌다. 김일경은 너무 무리하게 그의 정면을 파고 들었다. 또 하나, 슬라이딩도 너무 늦었다. 주자가 미리 슬라이딩을 해서 자세를 낮춰야 야수가 공을 던지며 주자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슬라이딩은 야수와 거의 맞딱뜨린 시점에서 이뤄졌다. 슬라이딩이 아닌 축구의 태클이라 봐도 무방했다. 문규현의 점프력이 엄청나지 않았던 이상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순위 싸움이 너무 치열해 나도 모르게 슬라이딩이 깊게 들어갔던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한 김강민 처럼 김일경 역시 승부에 집중하다 이런 플레이를 했을 수 있다.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프로선수의 의무이다. 분명 문규현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재신인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플레이였던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었던 플레이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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