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타자라 억울한 '작뱅'이 변했다?
LG '작은' 이병규(배번7)는 4월 한달간 13경기서 타율 3할7푼2리(43타수 16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LG 타자들 중 타율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규정타석에 단 1타석 모자란 48타석에 들어선 게 아쉬울 따름.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김태균 이승엽 홍성흔에 이어 타격순위 4위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다.
이처럼 올시즌 이병규는 소리없이 강하다. 시즌 초반 LG가 상승세를 타자 모든 시선은 새로운 4번타자 정성훈과 환골탈태한 유격수 오지환에게 쏠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병규는 타순에서 다소 손해를 봤다. 상대 선발이 왼손투수일 때 몇차례 최동수에게 1루를 내주고 벤치를 지킨 적도 있었다.
이병규는 5번타자로 가장 많은 13타석에 들어섰다. 7번타자로 11타석, 2번과 6번 타자로 각각 9타석에 들어섰다. 3번이 6타석. 타순이 고정되지 않았지만, 이병규는 김기태 감독이 시즌 전 꼽은 LG의 키플레이어였다.
이병규의 장점은 빠른 배트스피드. 왼손타자인데다 장점까지 비슷해 90년대 LG의 황금기를 주도했던 김재현(은퇴)과 자주 비견되곤 한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스윙 궤적을 갖고 있어 외야의 빈 공간으로 타구를 날릴 줄 안다.
김 감독은 이런 이병규가 4번타자 정성훈 뒤에서 클러치 능력을 맘껏 발휘하길 원했다. 정성훈이 거포 스타일의 4번타자가 아니었기에 누상에 남은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정성훈이 홈런타자(7홈런으로 홈런 공동1위)로 변신하면서 이병규는 주자가 없을 때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48타석 중 절반이 조금 넘는 25타석이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래서일까. 이병규도 변신했다.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는 이병규의 도루 개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병규는 2006년 1군에 데뷔한 이래 지난 시즌까지 통산 도루가 6개에 불과한 선수다.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다. 주전급 선수로 도약한 2010년 도루 5개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33경기 출전에 그친 지난해엔 단 한 차례 도루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시즌엔 벌써 도루 5개를 기록중이다. '대도' 이대형(도루 9개)에 이어 팀 내 도루 2위. 전체로 확대해도 도루 공동 6위에 오를 정도로 놀라운 페이스다. 무릎 부상 이후 움츠려들 법도 하지만 거침없이 뛴다. 자신이 2루에 가야 하위타선에서도 물꼬를 터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훈 이후 LG 공격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하위타선에선 이병규를 좀처럼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홈을 밟은 건 두차례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병규는 뛴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베이스러닝까지 겸비하면서 완성형 타자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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