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에 경기 시작해본적 있어요?"
비가 주루룩 내리는 1일 광주구장. 훈련을 마친 KIA 최희섭이 덕아웃에 앉아 비를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취재진에 물었다. 메이저리그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 메이저리그는 될 수 있으면 경기를 취소시키지 않고 강행한다. 그친다는 예보만 있으면 무작정 기다리기도 한다.
"선수들은 주구장창 기다렸다. 관중들은 집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보시더라"며 "경기가 2시간 반만에 끝났었다"고 기억했다. 시차가 다른 지역으로 비행기로 이동하며 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해 "안해봤으면 말을 마세요"라며 지금 한국의 이동문화는 '새발의 피'라고 했다.
"동부에서 서부로 오는 것은 시차상 시간이 남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했을때가 진짜 힘들다"고 했다. 서부지역에서 밤에 경기 끝나고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동부로 가면 오전 11시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그런날 방망이도 안돌아가고 실책도 하고 그랬다"며 어려움이 많았다고. "도쿄에서 3연전하고 비행기타고 서울에서 3연전하고 비행기타고 베이징에서 3연전을 한다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서양 선수들은 그래도 전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 잘 하던데 동양쪽은 참 쉽지 않다"는 최희섭은 "추신수가 참 대단한 거다"라며 후배를 응원했다.
"내가 뛸 땐 투수들이 정말 좋았다"면서 "로저 클레멘스 공은 칠만했다"고 회상한 최희섭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괴력을 직접 본 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가 재활을 하면서 마이너리그 때 상대팀의 용인하에 매회 첫타자로 나선 적이 있었다. 그때 홈런 4개에 2루타 4개를 치는 것을 봤다. 정말 대단하더라"고 했다.
"그때 친했던 친구들이 이젠 다 베테랑이 됐다"며 "보고싶다"고 회상에 빠지는 듯했다. 지난 2007년에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한국에서만 벌써 6년째. 이젠 메이저리그도 추억속의 한장면이 됐다.
회상의 시간이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최희섭은 "작년엔 비가 오길 그렇게 바라도 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비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타격감이 좋은 선수에겐 비가 오는 것이 안좋을 수도 있지만 우리 팀을 생각하면 사실 비가 오는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갔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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