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가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호크 아이, 블랙 위도우 등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블록버스터 영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렛 요한슨, 사무엘 L. 잭슨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흥행은 어느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세다.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 들어 최간 기간 기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일 하루동안 37만 2202명을 동원해 일일 박스오피스에서 압도적인 1위다. 누적관객수가 223만 7678명, 매출액 점유율이 62.9%다.
이미 징조가 보였다
개봉 전부터 징후가 있었다. 60%가 넘는 예매점유율을 차지했다. 예매점유율 2위 '은교'가 20%대였고, 3위 '건축학개론'은 5%에도 못 미쳤다.
스토리가 부실하다는 평을 듣는 블록버스터 '배틀쉽'이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펼쳤던 것도 또 다른 징후였다. 한 영화 홍보 관계자는 "'배틀쉽'이 완성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도 박스오피스 1위를 꾸준히 유지했다. 결국 국내 관객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관심이 많다는 걸 반영하는 게 아니겠냐"고 했다.
'어벤져스'가 올해 들어 개봉하는 첫 '시리즈 블록버스터'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어벤져스'는 아이언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를 내세운 '퍼스트 어벤져', 토르가 주인공인 '토르: 천둥의 신', 헐크의 '인크레더블 헐크' 등의 주인공들이 한 데 모인 시리즈물이다. 각각의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었던 덕분에 '어벤져스'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자제품을 살 때 같은 값이면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고르게 되는 것처럼 영화 흥행에서도 시리즈물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은교', 선전했지만….
지난 25일 개봉한 '은교'는 개봉 전 70세 노인과 17세 소녀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주연배우들의 강도 높은 노출로 연일 화제를 모았다. '어벤져스'를 의식해 개봉일도 하루 앞당겼다. 지난 1일까지 74만 6071명을 동원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란 점 등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어벤져스'의 흥행 돌풍을 견제할 정도는 아니다. 매출액 점유율은 '어벤져스'의 4분의 1 수준인 15.6%다.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나이를 먹으며 느끼게 되는 존재론적 슬픔'에 대해 묘사한 이 작품이 흥행에선 다소 손해를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눈요깃거리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관객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둘째, 파격적인 스토리에 대한 일반 관객의 거부감 때문이다. 17세 소녀의 정사신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일부 관객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일 수 있다. 타당한 주제 의식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하더라도 일부 관객은 180도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호평도 많지만, 영화를 보기 전 대강의 스토리만 듣고 판단하는 경우 오해의 여지가 큰 작품이다.
무한질주 막을 수 있나?
현재로선 3일 개봉하는 '코리아'가 '어벤져스'의 흥행 행진에 제동을 걸 만한 유일한 대항마다. 1991년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당시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탁구팀의 46일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하지원 배두나 이종석 최윤영 한예리 등이 출연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국가대표'(2009)에 이어 다시 한번 스포츠 영화 열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화의 주인공인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가 직접 탁구 지도에 나서는 등 탁구계의 지원사격도 눈에 띈다.
하지만 '코리아'가 기대 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어벤져스'의 흥행 돌풍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4일 기대작 '맨 인 블랙3'가 개봉할 때까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독점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전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한 '어벤져스'는 4일 미국에서 개봉해 현지 흥행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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