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마운드 왕국'이 됐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덕분이다. 2일 현재 더스틴 니퍼트는 4승으로 다승 1위이고, 스캇 프록터는 7세이브로 이 부문 선두다. 여기에 임태훈은 평균자책점(0.53)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이 2일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와 세이브를 함께 올렸다는 점이다. 이 둘이 같은 경기에서 승리와 세이브를 올린 것은 올시즌 두 번째다. 지난달 26일 인천 SK전에서 니퍼트가 승, 프록터가 세이브를 각각 따냈다. 김진욱 감독은 전지훈련 때부터 "외국인 투수 둘이 함께 승과 세이브를 따내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이런 점에 비춰 본다면 '용병 궁합'은 두산이 8개팀 가운데 최고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니퍼트와 프록터는 정반대의 스타일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선 니퍼트는 5게임마다 등판하는 선발이고, 프록터는 매게임 불펜에서 대기해야 하는 마무리다. 보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훈련 시간도 다르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방법도 다르다. 지난달 29일 잠실 KIA전에서 프록터는 9회 등판해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주는 등 고전을 한 끝에 가까스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프록터는 경기 종료 후 선수단이 빠져나간 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러닝으로 드넓은 잠실구장을 2~3바퀴 돌았다. 이날 경기 전에는 니퍼트가 러닝으로 몸을 풀었다.
같은 미국 국적의 백인이면서도 둘은 성격이 다르다. 니퍼트가 차분한 맏며느리 스타일이라면, 프록터는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한 개성파다. 니퍼트는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포스트시즌을 뛴 바 있고, 프록터는 2006~2007년 뉴욕 양키스의 핵심 셋업맨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니퍼트는 완벽주의자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상황에 따라 완급 조절을 철저히 하는 스타일이다. 이날도 주자가 없을 때는 직구 속도를 140㎞까지 떨어뜨렸고, 위기 상황에서는 148㎞까지 끌어올리며 힘을 썼다. 프록터는 150㎞대 직구를 주무기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타입이다. 이날 삼성전서도 프록터는 9회 2사 1,2루서 박한이를 151㎞짜리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책임감이 강하고 동료애를 발휘할 줄 안다. 둘 모두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수비수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요즘 두산은 외국인 선수 때문에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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