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더이상 등번호 24번을 볼 수 없게 됐다. 세이부가 팀의 전신인 니시테쓰 시절 일본 최고의 투수로 마운드를 호령했던 '철완' 이나오 가즈히사(1937~2007)의 등번호 24번을 영구결번했다. 세이부 구단 사상 첫 영구결번이다.
규슈 오이타현 벳부에서 어부의 7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이나오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195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니시테쓰에 입단했을 때만해도 주목받지 못한 평범한 우완투수였다. 미우라 오사무 니시테쓰 감독이 고교시절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이나오를 "베팅볼 투수로 쓰기 위해 영입했다"고 했을 정도다.
실제로 입단 초 이나오는 선배 타자들에게 베팅볼을 던져주며 제구력을 다듬었다고 한다. 이런 홀대 속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나오는 그해 21승(6패·평균자책점 1.06)을 거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프로 2년 차인 1957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최다 연승 기록인 20연승을 거두며 35승6패, 평균자책점 1.37을 기록했다. 그해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연소 MVP가 된 이나오는 1958년 33승(10패·평균자책점 1.42)을 거두고,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MVP를 수상했다.
통산 276승137패(평균자책점 1.98). 이나오는 '기록의 사나이'였다.
1961년 78경기에 출전해 42승(10패·평균자책점 1.69)을 챙겼다. 투수들의 보직이 세분화되고 투구수까지 관리하는 현대 야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기록이다. 42승은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78경기 중 30경기가 선발 등판이었는데, 25경기에서 완투를 했고, 7차례 완봉승을 거뒀다.
프로 7년 차였던 1962년 이나오는 통산 200승을 넘어섰다.
'철완'이라는 말이 그처럼 잘 어울리는 선수가 없다. 프로 14년 간 선발로 나선 304게임 중 완투가 무려 179번이다. 1959년과 1961년에는 400이닝 이상을 던졌다. 3경기 연속 완투를 하기도 했고, 투수로 나서지 않을 때는 야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이나오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하나님, 부처님, 이나오님"이다. 야구의 신처럼 뛰어났다는 의미이다. 1957년 니시테쓰는 요미우리와 재팬시리즈에서 만났다. 이나오가 1차전과 3차전에 나섰지만 니시테쓰는 3연패를 당했다. 누가봐도 요미우리의 재팬시리즈 우승이었다. 그러나 이나오는 4차전부터 7차전까지 모두 등판해 혼자서 4승을 거두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4차전에서는 선발승을 거뒀고, 5차전 때는 4회 구원투수로 나서 굿바이 홈런까지 터트렸다. 6,7차전은 연속으로 완투승을 기록했다. 재팬시리즈 7경기 중 6게임에 나섰고, 3차전부터 5경기 연속 등판했으며, 선발로 나선 5경기 중 4게임을 완투했다.
이나오를 "베팅볼 투수로 영입했다"고 했던 미우라 감독은 "하나님, 부처님, 이나오님"이라는 말로 이나오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나오는 1969년 선수생활을 마감한 후 니시테쓰와 롯데 감독을 역임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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