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내기 리더십'이라 할 만 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과 기록을 두고 내기하는 걸 즐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여기에 현금이나 선물을 건다. 롯데 양승호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아낌없이 명품을 내주면서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었다.
두 감독이 '내기'에 빠져든 이유는 무얼까. 류 감독은 "나와 내기를 한 선수들이 모두 내 돈을 따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른바 '지는 것'이 목적인 내기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보다는 동기부여 효과"라고 했다.
류 감독은 코치 시절 우연히 내기 효과를 봤다. 감독이 된 뒤론 선수들이 먼저 내기를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류 감독의 첫번째 내기 상대는 박한이였다. 류 감독은 기억을 더듬으며 '몇년 전'이라고 표현했다. 기록을 살펴보니 2007년의 이야기다.
2003년과 2004년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꾸준함을 보였던 박한이가 갑자기 시즌중 2할대 초반의 부진에 빠졌다. 류 감독은 타격페이스가 떨어진 박한이에게 그동안의 수치를 고려해 "타율 2할9푼에 100만원 걸고 내기하자"고 제안했다. 박한이의 타율이 2할6푼7리로 소폭 상승에 그치면서 결과는 류 감독의 승. 정말로 현금 100만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 돈은 1년만에 류 감독의 수중을 떠났다. 이를 악문 박한이가 타율 3할을 걸고 내기를 제안했고, 3할1푼6리로 시즌을 마치면서 100만원을 회수해갔다. 류 감독은 "내가 그 돈 받아서 어디다 쓰겠나. 지금도 전부 다음번 내기를 위해 그대로 둔다. 선수들이 그 돈을 찾아가고, 더 나아가 내 돈을 따가면 오히려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류 감독은 또다른 내기 리더십의 주인공 양승호 감독과의 일화도 털어놓았다. 지난해 말 열린 감독자 회의 때 내기 탓에 다른 사령탑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는 것이다. 다른 감독들마저 무언가를 걸고 내기를 해야할 것만 같은 압박이 들었나보다. 특히 손아섭에게 명품시계를 줘 원성을 들은 양 감독은 "우연히 시계가 생겨서 내기를 했다. 설마 칠까 했는데 정말 치더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양 감독도 이후 사소한 내기에 재미를 들였다. 예를 들면 '오늘은 몇안타' 식의 작은 내기다. 대가는 커피부터 아이스크림, 현금까지 다양하다. 양 감독 역시 "내기에 매일 지더라도 잘치면 좋다"는 식이다.
이러한 감독들의 변화는 감독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는 효과가 있다. 과거 감독과 선수는 마치 하늘과 땅처럼 멀고 먼 사이였다. 하지만 최근 사회상에 비춰 보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수직적 관계는 익숙하지 않다. 결국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까 수평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평적 관계로 바뀌면서 '소통'이 원활해졌다. 팀 분위기를 바꿀 만한 큰 변화다.
초보감독들도 내기를 거는 건 아니지만, 소통의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나 LG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에게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친근감으로 다가가고 있다. 감독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리더십의 트렌드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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