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면서도 직원들에게 연봉을 그렇게 많이 지급하는 마당에 또 전기요금 인상이라니…. 서민들만 분통터질 노릇입니다."
지난해 12월 4.9%의 전기요금을 인상한 한국전력이 5개월 만에 또다시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꺼내든 것에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방만경영을 도려내는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산업용과 일반용, 주택용, 농사용 등의 전기요금을 평균 13.1%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한 뒤 지식경제부에 이를 건의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현재의 원가구조 상 100원짜리 물건을 80원대에 팔고 있는 상태"라며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한국전력의 재무구조도 최악이다. 한국전력의 부채규모는 82조원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들어서만 10조원이 증가했다. 하루 내는 차입금 이자만 6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빚더미에 올라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의 임직원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빚이야 늘든 말든 임직원들만 따뜻하면 된다는 것처럼 비친다. 지난해 한전의 당기순손실은 3조2930억원. 4년연속 적자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전의 지난해 직원(1만9445명) 평균임금은 약 7300만원에 달했다. 직원들 인건비로만 1조4000억원이 지불됐다. 여기에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 따라 지급된 성과급 3400억원이 포함됐다. 한전 사장에겐 지난해 1억300여만원의 기본급에 1억5300여만원의 성과급을 합쳐 2억5600여만원의 연봉이 지급되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도 경영성과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의 1인당 평균임금은 지난 2006년 6400만원에서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억대 연봉자만 750여명이다.
이같은 방만경영은 올해에도 이어질 듯 하다.
한국전력이 올해 수립한 예산안에 따르면 직원들의 기본급은 7% 인상되는 것으로 잡혀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예산안이 짜여졌을 뿐 실제 집행여부는 다를 수 있다. 다른 공기업에 비해 연봉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적자'를 거론하며 전기요금 인상안을 꺼내든 한국전력의 상황을 놓고보면 왠지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자구노력의 흔적은 보이질 않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방만경영이 이어지면서 낙하산 임원들에 대해서도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중겸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전력산업과는 별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몸담았던 현대건설 출신 임원들이 현 정부들어 공기업 CEO로 중용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김대수 감사도 낙하산 인사이긴 마찬가지. 그는 한나라당에서 제2 사무부총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낙하산 인사'들은 해당 공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뿌리'가 약한 관계로 직원들에게 끌려가기 십상이다. 김중겸 사장도 부임 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방만경영에 메스를 가하기 보다는 자회사들로부터 고액의 배당금을 받아내고 전기료 인상카드만 만지작 거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회사원 이모씨(48)는 "민간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민들은 물가에 신음하고 있는데 고액연봉을 받는 한전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뒤로 한 채 요금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경영난을 모면하려는 것을 납득할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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