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팬들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았던 삼성 채태인(30)이 선발에서 빠졌다. 또 22경기에서 홈런을 단 하나도 때리지 못했던 지난해 홈런왕(30개) 최형우(29)가 4번에서 5번으로 조정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며칠간 고민이 많았다. 자꾸 일이 꼬이면서 팀이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팬들이 최형우의 타순을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류 감독은 계속 4번을 맡겼다. 감독이 팬들의 비난을 온몸으로 막아왔다. 그런 와중에 지난 6일 대구 한화전에서 채태인이 대형 실수를 저질렀다. 가뜩이나 화나 있는 삼성팬들에게 기름을 부은 것이다.
팬심은 강했다
1루수 채태인은 한화전에서 김경언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고 느긋하게 1루로 이동하다 김경언에 추월 당해 살려주었다. 더욱이 삼성은 한화에 3대7로 졌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채태인의 프로답지 않은 실책이 겹치자 팬들은 분노의 글을 삼성 구단 홈페이지 등에 쏟아냈다. 팬들은 채태인에게 지나칠 정도의 인신공격성 폭언을 퍼부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 채태인을 경기에서 빼라고 구체적으로 주문까지 했다. 최형우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줄곧 4번을 쳐온 최형우는 이번 시즌 22경기에서 84타수 15안타, 타율 1할7푼9리(7일까지)를 기록했다.
류 감독은 8일 부산 롯데전에 고민 끝에 채태인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대신 1루수로 조형훈을 투입했다. 또 중심타순을 조정했다. 최형우를 4번에서 5번으로 이동했다. 대신 홈런 5개(7일까지)를 치며 좋은 타격감을 보인 박석민이 4번으로 첫 출전했다. 이승엽은 3번 타순을 유지했다.
인터넷 금지령을 내릴까
류 감독은 "선수들이 인터넷과 홈페이지를 안 봤으면 좋겠다. 못 보게 할 수도 없고"라며 "이런 실수를 하면 운동장에 나오기 싫고 정신적으로 힘들다. 2군으로 내리고 싶어도 대체할 마땅한 선수가 없다. 모상기 강봉규도 2군으로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마땅한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석민(삼성)은 채태인을 위로했다. "형, 괜찮다. 잊어버려라"고 했다. 김용국 수비 코치는 채태인의 실수에 대해 "왜 그런 수비를 했는지 모르겠다. 선수에게 뭐라고 아직 얘기를 안 했다"면서 "태인이가 다가와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조만간 올라올 것이다"고 말했다.
채태인은 심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한화전 후 라커룸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류 감독은 타순 조정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이승엽을 4번으로 쓸까도 고려하다가 왼손, 오른손의 지그재그를 고려해 우타자인 박석민을 4번에 선발 출전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프로다
계속 벤치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봤던 채태인은 이날 7회 1사 2루에서 대타로 나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냈다. 타석에서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않았다. 류 감독은 채태인을 대주자 손주인으로 교체했다. 최형우는 4타수 2안타를 쳤다. 첫 타석에선 1루수 땅볼, 두 번째 타석에선 병살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7회 우전 안타, 9회에는 2루타를 쳤다. 이 경기에서 채태인은 제몫을 했다. 최형우의 타격감은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삼성은 2대1로 승리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이 해주어야 한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채태인이 삼성의 주전 선수로 살아남으려면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최형우도 타순 조정을 통해 슬럼프를 차고 일어서야 한다. 더 망가지면 삼성이 위험해진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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