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쓰리지만 비기긴 싫었죠."
10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SK전은 역전에 재역전까지 피를 튀기는 혈투였다.
같은 시간 목동구장서 열린 넥센과 두산의 '엘넥라시코'에 살짝 밀리긴 했지만 최근 몇년간 한국시리즈 단골 맞상대답게 상당한 접전이었다.
사실 이 경기가 새삼 화제가 된 것은 경기 막판 SK 이만수 감독의 환호 세리머니 때문이었다. SK가 8-7로 앞선 9회말 2사 1,2루에서 두산 임재철의 우중간 플라이 때 SK 중견수 김강민이 이 공을 잡은줄 알고 만세를 부르며 덕아웃을 뛰쳐나온 것.
하지만 전진수비를 한 탓에 김강민은 이 공을 잡았다 놓쳤고 결국 이는 싹쓸이 3루타가 됐다. 공을 놓친 것을 본 이 감독은 1초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맛봤다. TV 중계 화면에 생생히 잡혔는데, 이 찰나의 순간이 이날의 희비를 생생히 말해줬다.
이 감독은 11일 문학 넥센전을 앞두고 "공이 잡힌줄 알았다"며 "속은 쓰렸지만, 대단한 혈전이었다. 내 야구인생 40년만에 가장 멋진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진수비에 대해 "이기거나 지는 것이 낫지 비기기는 싫었다. 그리고 임재철이 3연속 삼진을 당했기에 큰 타구를 칠지 몰랐다"며 "경기 후 집에 돌아가서 야구일지를 쓰면서 수비 시프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날 8회와 9회 각각 2점씩 허용해 패전을 당한 박희수 정우람 등 막강 불펜에 전화와 문자로 '너희는 최고다. 끝까지 너희를 믿는다'고 다독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8월 전임 김성근 감독이 갑자기 퇴임하면서 대행 사령탑에 올랐고, 올 시즌에 비로소 대행을 뗐다. 정식 감독으로 맞는 첫번째 시즌에서 이 감독은 치열한 경쟁속에 11일 현재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철저한 데이터 중심의 야구, 그리고 좀처럼 감정기복이 없는 전임 감독에 비해 이 감독은 이날처럼 선수들보다 더 많이 환호하고 감성적인 표현도 아끼지 않는다. 적어도 이 감독의 색깔은 올 시즌도 SK에 잘 녹아드는 것 같다. 시즌 초의 다소 부진을 씻고 11일 현재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문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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