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봉중근도 분명 긴장했다. 하지만 그는 "재미있다"고 했다.
LG의 마무리투수 역사는 잔혹사다. 최근 몇년간 늘 뒷문이 부실해서 어려움을 겪곤 했던 LG다. 지난해에는 신인 임찬규가 혹독한 경험을 했다. 올시즌 들어 야심차게 기획됐던 외국인투수 리즈의 마무리전환도 결국엔 실패로 끝났다.
본래 마무리투수란 게 그만큼 힘들다. 삼성 오승환처럼 손쉽게 세이브를 따내는 투수는 사실 별로 없다. 게다가 LG의 경우엔 늘 잔혹극의 피해자 역할을 해왔던 자리이기 때문에, 누구를 여기에 갖다놓아도 한결같이 큰 부담을 느낀다.
LG 봉중근도 12일 잠실 삼성전에서 압박감을 노출했다. 2-0으로 앞선 9회에 봉중근이 마운드에 오르자 홈팬들은 손쉬운 세이브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1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하며 2안타와 4사구 2개로 1실점을 했다. 최후의 순간엔 2사 만루의 역전 상황까지 겪었지만 결국엔 3루 땅볼을 이끌어내며 2대1로 승리를 지켰다.
투수코치들은 얘기한다. "마무리투수가 매번 강력하게 막을 순 없다. 마무리투수의 가장 큰 임무는 3점차에서 2점까지만 내주든, 2점차에서 1점만 내주든, 어떻게든 세이브를 하는 것이다. 세이브를 하면, 마무리투수는 임무를 다한 것이다."
올시즌 들어 생애 처음으로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게 된 봉중근은 압박감 속에서도 어떻게든 결과를 이끌어냈다. 시즌 3호 세이브다. 아직까지는 연투가 불가능하지만 타이밍상 던질 수 있는 시점에 등판했을 때마다 모두 세이브를 따냈다.
봉중근은 미국에서 뛸 때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애틀랜타 시절인 지난 2003년에 44경기에 등판했다. 모두 불펜투수 역할이었다. 그해에 세이브를 1개 기록했었다. 봉중근은 "본격적인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10-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나가 3이닝을 막으면서 세이브를 올린 케이스였다"고 기억해냈다.
결국 전형적인 세이브 요건인 '3점차 이내에서 1이닝 막기 혹은 대기타석의 타자까지 홈에 들어올 경우 동점이 되는 상황(연속 2홈런을 맞으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건 올해가 처음인 셈이다. 12일 경기에서 봉중근도 부담을 크게 느꼈다는 게 경기내용을 통해 나타났다. 땅바닥에 꽂는 '패대기 볼'이 한차례 나왔고 체인지업이 제구가 되지 않아 타자를 맞히기도 했다. 지난 5일 잠실 두산전에 이어 일주일만의 등판이었기 때문에 경기감각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봉중근은 의연했다. 경기후 그는 "1점을 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등판했다. 일주일만의 등판이라 쉽지 않았다. 채태인 타석때 승부를 냈어야했는데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변화구가 손에서 빠졌다. 이런 경험도 있어야한다. 재미있었다"면서 웃었다.
올들어 가장 살떨리는 게임을 한 LG는 어쨌든 12일 삼성전 승리를 통해 팀승률 5할을 지켜냈다. LG와 봉중근 모두에게 큰 경험이 된 경기였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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