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장사' 최 정(25·SK)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고민의 발단은 홈런 페이스가 시즌 초반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11개로 홈런 선두 강정호(넥센)에 이어 최 정은 9개로 2위다. 그는 말한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라 중장거리 타자다." 시즌 초반 낯선 경험에 최 정의 머릿속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계속 홈런 타구에 집중해볼까, 아니면 떨어진 타율을 끌어올려야 하나.'
2005년 SK로 프로에 입성한 최 정은 그동안 한 시즌 때린 개인 최다 홈런은 20개(2010년, 2011년)였다. 홈런왕과는 거리가 제법 멀었다. 3할 이상 타율은 3번 기록했다. 2008년 3할2푼8리를 쳤고, 2010년엔 딱 3할, 그리고 지난해에는 3할1푼을 기록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투수로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던 최 정은 지금 SK 3번 타자로 방망이를 잡고 있다.
최 정은 이번 시즌 홈런 페이스는 좋지만 타율이 별로다. 15일까지 27경기에서 타율 2할4푼5리다. 3할 언저리에서 놀아야 하는데 크게 밑돌고 있다.
그는 "지금 저는 '멘붕(멘탈 붕괴)' 상태입니다"라고 했다.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최 정이 홈런과 타율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대개 타자들은 현재 최 정과 같은 고민을 하는 자주 한다. 홈런과 타율을 동시에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홈런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타율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좀더 큰 타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삼진을 당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타율을 좀체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타율을 올리기 위해 정확한 타격에 신경쓰다 보면 타구에 힘을 싣기기 어렵다. 그럼 홈런성 타구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최 정은 이미 프로 8년차다. 검증을 마친 인정받는 타자 중 한 명이다. 중장거리 타자에 어울리는 육중한 체격은 아니다. 키 1m80이고, 체중은 현재 87㎏. 가까이서 보면 수줍음 많은 착한 소년 같다. 하지만 타석에 선 최 정은 강하다. 배트 스피드가 빠르다. 스윙 궤적이 짧다. 공을 몸에 붙여놓고 정확하게 맞히는 재주가 있다. 팔로스루가 좋아 맞는 타구 마다 생각보다 강하고 멀리 날아갈 때가 많다.
최 정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페이스는 시즌 최종 성적이 타율 3할에 홈런 20개다. 그런데 지금은 타율이 생각 보다 떨어졌고, 홈런은 비정상적으로 치솟아 있다.
최 정은 "하체 턴이 잘 이뤄지면서 몸쪽 공은 잘 치고 있는데 바깥쪽 공에 힘이 잘 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정은 지난 11일 넥센전서 홈런 2개를 친 이후 15일 LG전까지 3경기에서 홈런이 없었다. 15일 LG전에선 5타수 2안타(2루타 2개)를 쳤다. 최 정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이 고민을 잘 극복할 경우 최 정은 더 무서운 타자가 될 것이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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