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직원들의 비리와 전산사고 등으로 '복마전'이 된 농협. 자회사라고 다를 게 없었다.
농협의 금융부문 자회사인 NH농협증권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은 NH농협증권의 전산 프로그램 오류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회사에 대해서는 '기관주의' 징계를 내리고 해당 직원 1명은 감봉, 3명은 견책 조치를 했다.
NH농협증권은 지난해 4월 고객이 주식 등을 주문한 것에 대한 체결내역이 다른 고객에게 노출되도록 홈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잘못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작성 시 제3자의 검증 및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NH농협증권은 이 절차를 무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29일부터 6월16일까지 오류 프로그램이 작동돼 192회에 걸쳐 15만여개 계좌의 34만건 주문 체결내역이 다수의 타인에게 노출됐다.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증권거래에서 누군가 자신의 주문사항을 알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행여 작전세력이 체결내역을 보고있었다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전산사고에 대한 NH농협증권의 대응방법도 '천하태평'이었다. 지난해 6월2일 이 회사 시스템 담당 직원은 콜센터 직원으로부터 '다른 사람의 주문체결 내역이 HTS 화면에 나타난다'는 장애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시스템 담당 직원은 원인규명 노력을 하지않은 채 상급자에게 보고도 하지않아 '전산사고'는 계속됐다.
또한 지난해 2월 선물옵션 프로그램 수정 시 주문가능 금액 산출 프로그램을 잘못 작성, 한 고객이 피해를 입은 사고도 밝혀졌다. 주문가능 수량을 초과한 풋옵션 주문이 접수 체결됨으로써 다음날 반대매매로 8900만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 이 고객은 NH농협증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NH농협증권 지점의 모 과장은 지난해 8월11일부터 9월5일까지 고객으로부터 4억900만원의 상당의 주식 매매를 위탁받으면서 총 87건에 대한 주문기록을 보관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돼 최근 징계를 받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영업에 관한 자료 중 주문기록, 매매명세 등 투자자의 금융투자 상품의 매매관련 자료를 10년 간 보관하도록 돼 있다. 주문내역을 놓고 고객과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공시도 제대로 하지않았다. NH농협증권은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고객이 주식 또는 선물·옵션 매매거래와 관련된 수수료 인하를 요청할 경우 별도의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하고 고객별로 수수료를 차등 부과했다. 하지만 수수료의 부과기준 및 절차에 관한 사항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지 않고 금융투자협회에도 통보하지 않고 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4월23일 낸 보고서에선 '글로벌 경기에 대한 시각이 연초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반의 실적개선세가 진행되고 있어 주식시장의 하방경직성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5월들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증시는 폭락을 경험하고 있어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한 NH농협증권의 예측이 도마에 올라있다.
NH농협증권의 정회동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차별화 전략의 실천으로 농협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자산관리영업, IB영업, 채권영업에 특화된 증권사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최고의 영업지원 시스템 구축으로 영업력을 극대화하겠습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NH농협증권은 지난 2006년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해 탄생한 증권사다. 당시 인수과정에서 각종 비리와 특혜시비가 일어 노건평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NH농협증권을 바라보는 주식투자자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 지고 있는 형국이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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