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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혁 특별기고, "광현아 오버워크만 안하면 된다"

by 이명노 기자
SK 김광현의 투구 모습. 양쪽 눈이 평행을 이루지 못하고, 머리가 다소 기울어져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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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의 지난 15일 퓨처스리그(2군) 등판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간결하게 던진다'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예전보다 공을 편하게 던지는 느낌이 들었다. 총 61개를 던졌는데 마지막 3~4개까지도 스피드건에 144~145㎞가 찍혔다. 4⅔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2실점했지만,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목표했던 투구수를 채웠고, 마지막까지도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은 게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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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김광현의 투구 동작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투수가 미네소타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한 리리아노는 2006년 12승3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 시즌이 한창이던 8월8일까지 거둔 성적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리리아노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마운드를 떠났고, 복귀한 뒤 2년간 부진에 허덕였다.

김광현과 리리아노의 투구 동작은 거의 흡사하다. 다른 이들보다 높은 타점을 갖고 있지만, 그로 인해 무너진 몸의 균형과 자세다. 사실 투수는 양 눈이 평행한 상태에서 1㎝ 이상 기울어지거나 머리가 1㎝ 이상 기울어졌을 때, 릴리스 포인트는 뒤로 2㎝ 정도 물러나게 돼 있다. 투구 시 머리가 기울어지는 현상이 없는 투수들이 사진으로만 봤을 때도 안정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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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렇게 머리가 기울어지는 경우 구속이 저하되고, 타자가 느끼는 체감 속도 또한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팔꿈치나 어깨에 부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떨어진 구속을 끌어올리려다 자신도 모르게 특정 부위에 무리가 가게 된다.

투구 시 머리가 기울어지지 않는 다른 투수들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IA 윤석민, 한화 박찬호, 두산 니퍼트. 스포츠조선DB

하지만 김광현이 오랜 시간 부상을 겪지 않은 이유가 있다. 투구 시 몸의 균형이 무너지긴 하지만, 팔을 앞으로 끌고 나오는 힘이 좋기 때문에 자세가 무너짐에도 불구하고 릴리스 포인트가 앞에서 형성됐다. 하지만 그걸 이겨내던 체력이 떨어지거나 몸의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 또는 많은 투구를 했을 때 릴리스 포인트가 점점 뒤로 갈 수 밖에 없고 부상이 뒤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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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부상에는 세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비시즌 기간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게 첫번째 이유다. 16승4패를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떠오른 2008년. 김광현은 시즌 중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팀으로 뛰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한국시리즈 우승팀자격으로 아시아시리즈에도 참가했다. 2009년엔 시즌 전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서도 뛰었다. 국제대회마다 일본 킬러로 자리잡으면서, 비시즌 때도 많은 이닝을 투구할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는 손등 부상에 이어 온 팔꿈치 통증, 팔꿈치가 아프기 시작하면 투구 시 어깨를 많이 사용하게 돼 어깨 부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은 안면 마비(뇌경색) 증세로 인해 전체적으로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투구 동작이 망가진 점을 들 수 있다.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깨 부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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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투수가 완벽한 투구 동작을 가질 수는 없다. 김광현 역시 확실한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특유의 다이내믹한 스트라이드 동작은 스피드의 원천이다. 부상의 위험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김광현이 보여주는 스피드의 80%는 빠르고 다이나믹한, 그리고 멀리 나가는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나온다.

오랜 시간 해온 투구 동작을 고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지금 동작에서 눈이 평행을 이룬다는 생각을 갖고 공을 던지면, 더 좋은 투구폼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SK 김광현의 다이나믹한 스트라이드 동작. 김광현의 구속 중 80%는 빠르고 역동적으로 멀리 내딛는 이 동작에서 나온다. 스포츠조선DB

사실 팔꿈치보다 어깨 부상이 재활의 시간도 길고, 복귀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광현의 2군 등판을 직접 본 결과, 보다 편안히 공을 던지는 모습에서 그 우려를 떨쳐낼 수 있었다. SK에서도 1, 2번 더 2군 등판을 가진 뒤 복귀시킬 계획을 갖고 있으니, 이달 말이면 1군에서 선발투수 김광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나도 재활 경험이 많기에 어떻게 마음 고생을 했고, 얼마나 재활운동을 힘들게 해온 줄 안다. 또한 옆에서 재활을 도운 김상진 코치나 김원형 코치, 트레이너들 역시 본인 만큼 고생했을 것이다.

김광현은 분명 그들에게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리고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SK 팬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1군에 올라가면, 이런 생각 때문에 준비해온 모습보다 쉽게 오버할 수 있다. 이걸 가장 경계해야 한다. 또한 처음 1군 마운드에 서면, 낯선 환경에 붕 뜨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흥분할 수도 있다. 나도 과거 어깨를 다쳤다가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랐을 때 분명히 경험한 일들이다.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해 온 만큼만 보여준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가장 좋다. 120%를 보여주려 하지 말고, 그동안 만들어온 능력의 100%만 정확히 끌어내도 충분하다. 지금은 2군 타자들 스타일에 맞춰져 있기에 초반엔 난타당할 수도 있다. 맞는 건 괜찮다. 그동안 자신이 준비해 온 것만 믿고 공을 던진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손 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

2009년 제2회 WBC 때 대표팀 인스트럭터였던 손 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이 오렐 허샤이저의 챔피언반지를 만져보고 있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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