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서서 삼진으로 물러나긴 싫더라구요."
19일 대전 한화-SK전이 끝난 뒤 SK 덕아웃. 경기를 마무리한 정우람이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고 있을 때 SK의 한 관계자가 지나가면서 "병살타 쳤으니까 고과점수 마이너스 30점"이라고 웃으며 말하고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물론 농담이다.
정우람이 데뷔후 처음으로 방망이를 잡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8회말 2사 1,2루서 등판한 정우람은 한화 9번 정범모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덕아웃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내 그라운드로 나섰다. 선두 최윤석이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두번째 타자로 타석에 선 것. 8회초 이호준의 대주자로 나섰던 정진기가 8회말 중견수로 나서면서 투수가 2번타자에 들어갔고 정우람에게 기회가 온 것. 당시 교체 선수로 정상호가 있었지만 이 감독은 9회말에도 정우람을 등판시키기 위해 타석에 세웠다.
안타를 쳐라고 낸 것도 아닌데 정우람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배팅글러브에 조인성의 팔꿈치 보호대까지 빌려차고 나와서는 한화 투수 김광수의 초구를 힘껏 휘둘렀다. 지난 17일 타석에섰던 한화 마무리 바티스타는 배팅글러브도 끼지 않고 그냥 타석에 서 있었지만 정우람은 그러지 않았다. 2구째 가운데 높은 공을 다시 휘둘렀고 이번엔 방망이에 맞았다. 투수쪽으로 간 타구를 김광수가 잡아 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로 이었다. 정우람의 프로 첫 타석의 기록은 병살타였다.
프로와서 처음으로 타석에 섰다는 정우람은 "좀 얼떨떨했다"고 9년만에 타자로 나선 소감을 말했다. 왜 방망이를 휘둘렀냐는 질문엔 "그냥 서서 삼진으로 물러나긴 싫더라. 자존심이 있지"라며 고교 때 3번타자였다고 했다. 그래도 자칫 타격을 했다가 파울 타구를 다리에 맞거나 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지 않냐고 하자 "그래서 홈플레이트에서 멀리 떨어져서 쳤다"고 웃었다.
이내 최강 마무리로 돌아왔다. 9회말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세명의 타자를 간단히 잡아내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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