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LG가 달라졌다 말한다. '이번엔 진짜'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다시금 '기본'을 떠올려야 할 때가 왔다.
LG는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을 스윕(Sweep·3연전 전승)하면서 시즌 첫 4연승을 달렸다. 승패 차 '+4' 역시 처음이었다. 잘 나가던 LG의 발목을 잡은 건 역시 '천적' 넥센. LG는 22일 잠실 넥센전에서 1대2로 패하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올시즌 넥센 상대전적은 어느새 1승5패. 하지만 이날 패배는 상대가 넥센이라서가 아니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 승부처에서 어이없는 실책과 주루사가 나온 게 컸다.
0-1로 해볼 만 하던 6회초, 2사 1,3루 상황에서 LG의 두번째 투수 김기표는 1루주자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앞선 타석에서 2루주자 강정호에게 기습적인 3루 도루를 허용한 터. 김기표로서는 주자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루수 '작은' 이병규(배번7)은 견제구에 대한 대비가 완전치 못했다. 결국 공은 글러브를 맞고 튕겨져 나와 뒤로 흘렀다. 순식간에 전광판의 넥센 스코어가 2로 바뀌어버렸다.
위기 뒤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6회말 LG는 무사 1,2루 찬스를 맞는다. 이때 터진 '큰' 이병규(배번9)의 좌전 안타. 발빠른 2루주자 이대형은 무난히 홈을 밟았다. 하지만 1루주자 박용택의 주루플레이가 아쉬웠다. 넥센 야수들이 이대형을 포기하는 게 뻔한 상황임에도 동점에 대한 의욕이 넘쳤는지 2루를 지나쳤다. 뒤늦게 2루로 돌아갔지만, 태그아웃. 지나친 의욕이 화를 부른 것이다. 덕아웃에선 김기태 감독이 탄식이 이어졌다.
줘서는 안될 점수를 줬고, 달아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날려버렸다. 안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1점차로 박빙이었던 이날 경기에서는 두차례의 실수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LG는 4월 한 달 간 실책 12개를 범했다. 8개 구단 중 실책 4위. 이정도면 지난해 실책 2위 팀의 오명을 벗을 만큼 수비가 안정됐다고 볼 수 있었다. 환골탈태한 유격수 오지환을 비롯해 키스톤콤비의 호흡, 매끄러운 중계플레이까지. 전지훈련 내내 김기태 감독이 강조한 '한 베이스 더 가고, 상대의 한 베이스를 막는' 플레이가 됐다.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김 감독이 유일하게 강조한 '기본적인' 플레이였다.
하지만 5월 들어 이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22일까지 어느새 19개의 에러를 범했다. 19경기에서 실책 19개. 경기당 한 개 꼴로 5월 실책 1위를 넘어, 시즌 실책 1위로 올라섰다. 겨우내 맹훈련을 통해 다듬은 기본기가 '말짱 도루묵'이 돼가는 듯한 불안한 모습이다.
이기는 경기에서도 불안함은 여전했다. 두산과의 3연전을 스윕하던 20일에도 5-0으로 앞서있던 경기를 실책 4개 탓에 연장까지 갔다. 결국 경기를 가져오긴 했지만, 웃을 수 만은 없던 찝찝한 승리였다. 만약 기본이 됐다면, 철저하게 상대를 짓밟아줄 수도 있었다. 팀의 분위기는 더욱 살았을 것이고, 또다시 '연승 브레이커' 넥센에게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2007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강팀이다. SK가 하루아침에 강팀 반열에 올라선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훈련으로 팀의 '기본'을 만들었다. 부자는 망해도 10년을 간다지만, 이 기본은 5년을 넘어 아직도 SK가 1위를 달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LG는 올시즌을 변화의 해로 삼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김기태 감독의 대원칙 아래 똘똘 뭉쳐 조금씩 바뀌고 있다. 좋은 성적이 뒤따르고 있지만, 결과에 취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역시 이맘때만 해도 단독2위를 달리던 LG다. 하지만 마치 고장난 전투기처럼 추락해 또다시 4강에서 탈락했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올시즌 성적도 중요하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건 또다른 10년이다. 다음 10년을 위해선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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