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수비에서도 한단계 상승했다는 칭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정호는 23일 잠실 LG전 3회 수비때 또한번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2사 3루 위기에서 LG 이진영이 친 타구가 다소 묘한 바운드로 유격수 강정호에게 향했다. 역모션 자세로 글러브를 내밀면서 숏바운드로 잡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강정호는 적절한 위치로 글러브 컨트롤을 잘 했고, 타구는 글러브 안으로 빨려들듯이 들어갔다. 이진영은 아웃.
굳이 이날 장면이 아니더라도, 강정호는 올시즌 들어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홈런 치는 유격수'란 의미로 강정호에게서 과거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모습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최근 야수들이 수비를 잘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류 감독은 "야수들은 일단 배팅이 돼야 한다. 야구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치는 훈련을 좋아한다. 재미있으니까. 5시간씩 배팅만 치라고 하면 하는데, 5시간 동안 수비훈련만 하라 하면 못 한다. 타격이 뜻대로 되면 수비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올시즌 들어 홈런 선두를 달리면서 넥센 돌풍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막연히 타격 성적이 좋아지면 수비도 잘 된다는 게 근거가 있는 얘기일까. 보통은 '멋진 허슬 수비가 나오면 그후 타격도 좋아진다'는 얘기가 일반화돼있다.
류 감독의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안타를 잘 치는 선수와 못 치는 선수를 비교해보자. 안타 치는 선수는 1루까지 뛰고, 때론 2루까지도 뛰고 3루도 간다. 주루플레이 자체가 러닝 훈련이다. 누상에 나가서 히트앤드런이 걸리면 2루까지 가다가 파울이 나서 되돌아오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자꾸 움직이는 게 곧 훈련인 셈이다. 그러니 수비에서도 움직임이 부드러워질 수 있다. 한경기에 안타 하나도 못 치는 타자를 생각해보라. 타석에 기껏 네번쯤 나가서 1루까지 절반쯤 뛰다가 다시 덕아웃으로 터덜터덜 걸어들어와야 한다."
독특한 시각이면서도 한편으론 상당히 일리있는 설명이었다. LG 김기태 감독이 과거 쌍방울 시절에 안타 치고 1루에 나갔다가 후속 박철우 타석때 파울만 연속 10개가 나오자 '1-2루 질주'를 반복하느라 더운 여름철에 고생했다는 일화를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전하자 류 감독은 "아마 그 즈음에 김기태 감독이 잘 쳤을 걸? 그게 다 훈련이야, 훈련"이라며 웃었다.
이같은 설명을 LG 유격수 오지환에게 대입하면 실제 들어맞는다. 오지환은 시즌 초반에 좋은 안타를 많이 칠 때는 수비에서도 엄청난 기량을 보여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타율이 점점 하락하면서, 때론 불규칙 바운드 때문에 억울한 상황도 있었지만, 어쨌든 수비에서도 실책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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