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천신만고 끝에 넥센의 핏빛 물결, '크림슨 타이드'에서 벗어났다. LG는 2연패 끝에 승리했고, 넥센은 8연승에서 멈췄다.
24일 잠실구장. LG의 훈련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모든 팀들이 경기전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따른 훈련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LG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에게 자율훈련을 지시한 것이다. 이유는 한 가지다. '화날수록 침착해지자'는 의미였다.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전 "어제(23일)가 올시즌 들어 가장 힘든 날이었다. 어제 TV에 잡힌 내 표정이 티가 많이 났었나?"라며 웃었다. 전날 LG는 한차례 동점을 만든 뒤에도 결국 흐름을 잡지 못하고 7대10으로 패했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지난 주말까지 4연승을 달리다가 주중 3연전 들어 2연패를 당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올시즌 들어 경기내용상 '라이벌'로 거론되고 있는 넥센을 상대로 1승6패로 심하게 몰렸다.
감독 입장에선 속이 부글부글 끓지 않을 수 없다. 경기중 자신도 모르게 붉어진 얼굴이 TV 화면에 잡힌 걸, 주변 지인들이 이튿날 말해준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어떤 장면에서 그러던가?"라며 연신 되묻기도 했다. 이날 LG 관계자는 "김기태 감독이 어제처럼 화가 난 건 올시즌 들어 처음 봤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이 초보가 아니라는 게 바로 이런 모습에서 드러난다. 보통 감독이 화가 나면 이튿날 훈련량이 많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감독 눈치를 봐야하는 코치들 입장에선 선수들을 더 다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결국엔 또 지는 게 바로 연패 팀의 특성이다.
김 감독이 자율훈련을 택한 이유다. 표면적인 이유는 "선수들이 지친 것 같아서"였다. 그에앞서 한 팀의 수장이 전날 경기 때문에 이튿날까지 열받은 모습을 보인다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또한 김 감독은 경기전 미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의 자율훈련이 갖는 의미를 LG 선수들도 잘 받아들인 것 같다. 24일 LG는 1회부터 연속 4안타가 터지는 등 3회까지 5-0으로 일찌감치 앞서나갔다. 선발투수 주키치도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물론 8연승을 달려온 넥센의 기세도 여전했다. 경기전 넥센 정민태 코치는 "예전 현대가 막강하던 시절과 지금의 우리 팀이 분위기가 비슷하다. 초반에 투수가 실점해도 별 걱정을 안 한다. 중심타선에서도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가 해준다. 그런게 연승의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외견상으론 경기 초반에 승부가 LG쪽으로 넘어간 듯 보였다. 하지만 넥센은 3-5까지 추격했다. 양팀간 올시즌 맞대결에서 역전극이 자주 펼쳐졌기 때문에 6,7회에는 오히려 LG쪽이 불안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결국엔 LG가 승리하면서 시즌 상대전적을 2승6패로 만들었다. 지난 8일 목동경기 이후 넥센과의 5경기째만에 승리다. 만약 넥센에게 또한번 패했다면, 시즌 1승7패가 되면서 그야말로 덜미 잡힌 신세가 될 뻔했다.
어찌보면 두 팀간의 치열한 다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막판 즈음에는 넥센과의 상대전적을 비슷하게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설령 두 팀이 맞붙지 않더라도, 두 팀의 승차 경쟁이 흥미롭게 진행될 것 같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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