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빨리 취하더군."
넥센 김시진 감독은 25일 한화전을 앞두고 몹시 바빴다.
최근 파죽의 연승을 달리며 선두로 올라선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이날 김 감독이 각종 언론매체와 별도로 가진 인터뷰만 해도 총 5건.
넥센 관계자는 김 감독이 취임한 이후 하루에 가장 많은 인터뷰를 했다며 요즘 잘나가는 팀 분위기를 전했다.
훈련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서야 덕아웃으로 등장한 김 감독은 최근 연승했을 때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면서 "더 피곤해졌다"며 짐짓 엄살을 부렸다.
김 감독의 설명을 들어보니 행복한 피로에 빠질 만도 하다. 매경기 너무 열심히 집중하는 바람에 경기가 끝나고 나면 녹초가 돼 버린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귀가하거나 숙소로 돌아오면 캔맥주 1개씩을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연승했다고 마시는 캔맥주 갯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김 감독은 "너무 피곤해서인지 한 캔만 마셔도 금세 취기가 오르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팀 상승세 덕분에 김 감독에게 달라진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시력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한다.
최근 김 감독은 축하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듬뿍 받았다. 평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인 김 감독에게는 쇄도하는 축하 메시지가 고욕이었다.
축하해준 지인들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서 일일이 답장을 하려고 하니 저질 타자 실력으로 휴대폰과 씨름을 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김 감독은 "작은 휴대폰 화면을 쳐다보며 문자를 치려니까 눈까지 침침해서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김 감독은 '오버액션'의 달인이 됐다. 김 감독은 평소 경기에 이기든 지든 어떤 표현을 하지 않는 과묵한 스타일이다.
경기 중에 웬만해서 몸짓 반응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연승을 하는 과정에서 벤치에 앉은 선수들이 안타가 나올 때마다 만세를 부르는 등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뒤에서 구경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TV중계를 보다가 달라진 김 감독의 행동을 발견한 지인들은 "경기 중에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 처음봤다", "어떻게 생전 하지도 않던 오버액션을 하느냐" 등의 모니터 소감을 전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에 빠져들어 집중한 덕분에 성적이 좋았다"면서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거리기도 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이발도 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덥수룩해진 머리를 깎으려고 하다가 연승 중이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발을 미뤘단다. "징크스 같은 것은 만들지 않는다"는 김 감독은 "사실 오늘 머리 깎으러 갔는데 나를 전담해주는 미용사가 휴일인 바람에 내일 깎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승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험담을 전하는 김 감독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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