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는 다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럼 그렇지"라고 수근거렸다. 4할 1달 동안의 타율이 무려 3할6푼7리. 16경기에서 무안타 경기는 단 2경기 뿐이었다. 하지만 5월 들어 타율이 1할대로 뚝 떨어졌다. 타율도 문제지만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흐뜨려졌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되던 바깥쪽 공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이대호가 3루수로 뛴 2010년 110경기에 출전, 307타수를 소화한 후 사실상 첫 풀타임이기에 "한계가 드러나는 것 아닌가"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5번을 지키던 타순도 7번으로 떨어졌고 상대선발이 좌완이면 결장하는 경기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랬던 박종윤이 "내가 언제 슬럼프에 빠졌었느냐"라고 외치는 듯 완벽히 살아난 모습이다. 주말 두산과의 3연전에서 홈런 1개 포함, 5안타를 몰아쳤다. 모든 타격이 영양가 만점이었다. 25일 첫날에는 결승 투런포와 쐐기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26일에도 결승타는 그의 몫이었다. 27일에는 안타도 안타지만 팀이 5-1로 앞서던 4회 절묘한 기습번트로 3루주자 손아섭을 불러들이며 쐐기점의 주인공이 됐다. 잡아당기고, 밀어치고, 번트까지 손목 놀림이 자유자재였다.
27일 경기를 앞두고 박종윤은 5월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진데 대해 "슬럼프가 올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너무 일찍 찾아와 풀타임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조급함이었다. 5월1일 넥센전에서 6타수 1안타, 2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 경기가 이어졌다. 박종윤은 "잘 맞던 방망이가 갑자기 안맞다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4월 자신있게 스윙하던 것과는 달리 일단 맞히고 보자는 생각이 들자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랬던 그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조기 교체와 결장이었다. 박종윤은 17일 넥센전에서 1타석만을 소화한 후 교체됐고 19일 KIA전에서는 상대 선발로 좌완 심동섭이 나오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장원삼이 선발등판한 23일 삼성전도 마찬가지. 박종윤은 "감독님께서 꾸준하기 믿고 출전시켜주셨는데 죄송한 마음이었다. 덕아웃에서 차분히 경기를 지켜보며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자'라고 생각을 달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일반팬들이 보기에는 '뭐 저런걸 가지고'라며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민한 프로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있던 찰라 교체 요원으로 타석에 들어선 23일 삼성의 필승불펜인 권 혁을 상대로 극적인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땅볼 타구가 코스가 좋아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른 듯 했지만 박종윤은 "맞는 순간 힘이 실리는 타구였기 때문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안타 한 방으로 떨어졌던 자신감을 단번에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종윤은 24일 이어진 경기에 당당히 선발로 복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박종윤은 알고 있다. 그는 "지금 상승세를 쭉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 또한 언젠가 끝을 맺을 것이다. 또 다시 슬럼프가 찾아 올 것"이라고 냉정히 진단했다. 하지만 달라진게 하나 있다. 박종윤은 "이런 슬럼프가 처음이라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히 배운게 있다. 다음에 조금 주춤하는 모습이 있더라도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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