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선수들이 한창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덕아웃에서 타격 훈련을 준비하는 홍성흔에게 외국인 투수 유먼이 영어로 말을 건넸다. 유먼과 웃으며 짧게 대화를 나눈 홍성흔은 "쟤가 이제 한국문화에 적응이 됐다"고 했다. 그가 말한 한국문화는 바로 선후배 관계다.
외국인 선수는 당연히 한국의 선후배 관계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함께 야구하는 동료로 본다. 아무래도 미국쪽은 개인주의이고 유먼에게도 그것이 몸에 배어있다.
홍성흔은 "유먼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욱하는 성질 때문이라고 들은 적 있다"면서 "여기(롯데) 와서도 경기가 잘 안풀리면 심판 탓을 하거나 다른 물건에 화를 내는 등 화를 내며 남탓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팀내 분위기를 중시하는 홍성흔이 가만 있을리 없었다. 유먼이 좋은 피칭을 하지 못한 날. 유먼이 라커룸에서 소란을 피우자 홍성흔이 조성환과 함께 유먼을 끌어낸 뒤 따끔하게 혼을 냈다. 통역에게 욕까지 정확하게 전달해달라고 한 뒤 후배 나무라듯 호된 질책을 했다. "한국에서는 선후배 위계질서가 철저하다.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앞으로 형이라 부르고 네 맘대로 행동하지 마라"고 한 홍성흔은 "한국에서는 잘 안풀린다고 남탓을 하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안되면 내탓, 잘되면 동료 덕분'이란 생각으로 야구해야한다"고 충고를 했다고.
이후 유먼은 서글서글한 선수로 변신했다. 자신보다 나이많은 선배에게 "많이 드세요"라고 한국어로 말한다고. 홍성흔의 따끔한 충고 덕분에 유먼은 더 롯데 선수들과 친밀감을 나눌 수 있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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