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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LG의 '뫼 산(山)' 그래프, 바다는 없다

by 김남형 기자
그래픽=김변호 기자 bh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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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번 산속에 살아남은 LG다. LG가 29일 부산 롯데전에서 5대3으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후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LG 선수들이 자축하는 모습이다.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LG는 아직까지 바다로 들어가지 않고 있다. 해발 0m 아래에선 놀지 않고 오직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오가며 '등산객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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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손익분기점에 선 LG는 늘 강했다. 또한번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LG는 30일 열린 롯데와의 부산 원정경기에서 5대3으로 승리하며 21승20패가 됐다.

전날(29일)까지 20승20패였다. 올시즌 8번째 '딱 5할' 상황에서 8번 연속으로 '플러스 1승'을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 4월초 개막 2연전에서 삼성에 연승을 거두며 시작한 뒤 LG는 올해 단 한차례도 5할 승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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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팀은 아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LG는 올해 더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찬스가 여러 차례 있었다. 시즌 11경기째에 3연승을 거두면서 5할 플러스 3승의 찬스를 잡았지만 그후 5경기만에 5할로 되돌아갔다. 시즌 23경기째에도 3연승으로 플러스 3승이었지만 곧바로 3연패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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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시즌 34경기째에 4연승으로 선두를 바라볼 수도 있었지만 그후 '2연패+1승+3연패' 조합을 통해 또다시 5할로 후퇴했다. 그래프를 보면 알수 있듯, 가장 최근에 LG는 시즌 들어 그래프상으로 가장 높고 큰 산에 올랐다 내려왔다. 당연히 시즌 최대 위기였는데, 바로 이 시점에서 30일 롯데전을 승리하며 또한번 플러스 1승을 만든 것이다.

이런 패턴을 통해 봤을 때 역시 LG는 전력 자체가 강팀은 아니다. 실제로 LG를 강하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는 없다. 상대가 LG를 강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LG는 강팀이 아니다. 지난 9년간 4강 진출에 실패하며 LG의 DNA에 침투한 '못하면 어쩌나'라는 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김기태 감독은 올해 4강 여부를 떠나 이같은 부정적인 DNA를 제거하는 걸 취임 첫해의 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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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뫼 산(山)' 그래프

역으로 생각하면, 치고 올라가진 못하지만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다. LG가 딱 5할 승률로 후퇴할 때마다 이튿날 경기의 상대 선발 매치업이나 팀분위기로 봤을 때 '마이너스 1승'이 유력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매번 살아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접전 경기를 통해 승리를 지켰다.

이승우 임정우 최성훈 등 젊은 신예 투수들이 의외로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동력이 되고 있다. 4월 정성훈에 5월 박용택의 공격력이 타선을 이끌고 이진영도 꾸준하게 활약중이다. 베테랑 최동수도 한몫 거들고 있다.

마운드에선 선발투수 주키치가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6에 6승으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LG는 주키치가 등판한 날, 적어도 팀은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전력구조다. 불펜에선 유원상이 최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동점 내지 역전 위기에서 유원상이 막아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여기에 마무리 봉중근이, 몇차례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석세스'로 블론세이브 없이 8세이브를 올렸다. 마무리를 처음 맡았으며, 연투가 불가능한 그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분명 놀라운 집중력이다.

덥다고 바다에 풍덩은 금물

한편으론 이같은 LG의 '뫼 산' 행보가 점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언젠가는 5할 승률에서 마이너스 1승이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때 선수들이 지나치게 상실감을 느낀다거나 혹은 자신감을 잃어선 안 된다는 게 김기태 감독의 당부다. 5할 승률에서 마이너스가 된 뒤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다시 5할을 회복한다면, LG 선수들에겐 진짜 내공이 쌓이게 될 것이다.

6월 이후 날씨가 더워지고 하나 둘 지치고 아픈 선수가 나오기 시작하면 LG는 분명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전력층이 두텁지 않다. 이때 잘 헤쳐나와야 한다.

산을 타는 건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달픈 일이다. 해발 0m 이상에서만 지내던 LG가 더운 여름날 바다에 처음으로 몸을 담근 뒤 긴장이 풀어져버리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매일매일 극도의 긴장 속에 승률을 유지하다 어느 순간 '정신줄' 놓으면 되려 마음이 평온해지는 게 바로 페넌트레이스다. 이걸 경계해야 한다. 긴장이 풀어지면, 잠시 바다에 시원하게 몸을 담근 뒤 정신이 번쩍 드는 게 아니라 자칫하면 계속 잠수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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