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이 선수에게 인상을 쓰는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물다. 늘 형님같은 낯빛으로 웃으며 선수들에게 안부를 묻곤 하는 김 감독이 30일 '작은' 이병규(배번 7번)에게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근성과 정신력을 질타했다.
이병규는 이날 선발 오더에 포함돼 있었지만 타격훈련 중 허리에 통증을 느껴 코치진에 전했고, 김기태 감독이 급히 양영동으로 오더를 바꿨다. 트레이너는 피로가 쌓여서 온 통증으로 이병규의 상태를 설명했다.
타격훈련을 중단하고 외야에서 천천히 뛰는 것으로 훈련을 마친 이병규가 덕아웃 쪽으로 오자 웃음기가 돌던 김 감독의 표정이 순간 경직됐다. 김 감독은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하며 덕아웃으로 오는 이병규에게 정색을 하며 "네가 보기엔 내가 안녕해 보이냐?"고 다그쳤다. 라커룸으로 가려던 이병규는 예상치 못한 김 감독의 차가운 말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김 감독은 곧바로 "재활군으로 가라"고 했다. 깜짝 놀란 이병규가 "그 정도는 아닙니다"라고 하자 "아프면 재활군 가야지"라고 하더니 "최태원 코치한테 가서 네 증상을 설명하고 답을 얻어와"라고 했다. 최태원 코치는 95년부터 2002년까지 1014경기 연속 경기 출전을 한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철인'이었다. 각종 부상을 이겨내고 출전을 강행한 그의 투지를 본받으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병규가 그라운드 한켠에서 선수들에게 토스배팅을 시키던 최 코치에게 가서 대화를 하는 사이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7차전인데도 못나간다고 할 정도의 몸이라면 진짜 못나가는 거지. 지금 몸이 정상이어서 뛰는 애가 어딨나"라며 여전히 찌푸린 표정이었다. 못 뛸 정도의 큰 부상이 아닌데도 쉬려고 하는 근성없는 모습이 못마땅하다는 뜻이었다. 선수가 아프면 감독이 몸을 생각해서 빼줄 수 있다. 감독이 그의 몸상태를 알고 먼저 빼주는 것과 자신이 먼저 못뛰겠다고 하는 것은 정신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곧이어 돌아온 이병규가 결국 뇌관을 건드리고 말았다. "(최)코치님이 좀 쉬면서 조절하라고 하던데요"라고 하자 김 감독은 "만약 오늘이 시즌 마지막 경기이고 넌 정규타석에서 4타석이 모자란다. 그리고 정규타석을 채우면 타격 1위가 되는데 네 허리가 지금 그 상태야. 그러면 넌 못 나간다고 할거냐"라고 물었다. 이병규는 가만히 서서 대답을 못했다.
김 감독은 뜬금없이 이병규에게 "오늘이 며칠이야?"라고 물었다. 감독의 예상하지 못한 질책에 당황한 이병규는 "5월 29일입니다"라며 날짜까지 틀리게 말했다. 김 감독은 "오늘을 기억해라.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말하고는 이병규에게 라커룸으로 가도록 했다.
주변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온갖 악재 속에서도 올시즌 선전하고 있는 LG 선수단에 작은 구멍이라도 뚫릴까 걱정하는 김 감독이 이병규를 본보기 삼아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린 셈이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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