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에 "아 주라"가 사라졌다?
최근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본 관중이라면 예전과는 뭔가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여전히 응원가를 부르고 견제구를 던지는 상대 투수에게 어김없이 "마"를 외친다. 그런데 파울볼을 잡은 어른에게 외치는 "아 주라"를 듣기는 쉽지 않다.
프로야구 응원에서 선두를 자부하는 부산 사직구장의 대표적인 응원문화로 '아 주라'와 '마'가 있었다. '마'는 '인마'의 줄임말로 견제구를 던진 투수에게 우리 선수에게 견제하지 말라는 뜻으로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는 공격적인 응원이다. 해가 갈 수록 다양한 버전의 '마'응원이 나오고 있다. '아 주라'는 파울볼을 잡은 어른에게 공을 아이에게 줘라고 외치는 것이다. 아이이게 공을 선물로 주자는 뜻으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들어있다.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떨어져 누군가 잡으면 그 주위에서 누가 먼저라할 것도 없이 곧바로 터지는 것이 '아 주라'였다. 멀리 떨어져 있던 아저씨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와서 공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 공을 주지 않으려 하는 어른에게는 끝까지 '아 주라'를 외친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도 '아 주라'가 멈추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 외침에 못이겨 공을 주위의 아이에게 주기도 하고 때론 그 외침을 피해 관중석 밖으로 도망가기도 한다. 사직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잔재미였다.
90년대부터 형성된 이 '아 주라'가 이상하게도 최근엔 잘 들리지 않는다. 이젠 공을 어린 아이에게 주는 것이 당연한 사직구장의 문화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어른이 파울볼을 잡으면 잠시 기뻐하는 세리머니를 하고서 곧바로 바로 앞이나 옆에 앉은 아이에게 공을 넘겨준다. 바로 옆에 공을 줄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공을 들고서 찾을 정도다. 공을 잡자 마자 무슨 시한폭탄을 든 사람마냥 빨리 아이에게 주려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어른도 볼 수 있다.
'아 주라'를 외쳐야 주는게 아니라 '아 주라'를 외치기 전에 주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외칠 수 있는 시간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예전엔 한 경기에 10여차례 이상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젠 1∼2차례 정도, 그것도 아주 짧게 들을 수 있다.
얼마가지 않아 진짜 사직구장에서 들을 수 없게 돼 추억의 응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 주라'를 외치는 즐거움은 없어졌지만 그만큼 파울볼을 야구장에 온 아이에게 기념품으로 주는 사직구장만의 따뜻한 문화가 정착이 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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