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K 김광현, '진정한 에이스 부활' 위한 숙제는?

by 이원만 기자
1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SK 정근우가 좌월 솔로홈런을 친 후 덕아웃에서 김광현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6.01.
Advertisement

"제 점수는요. 빵(0)점입니다."

Advertisement

긴 재활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SK 에이스 김광현(24)은 웃지 않았다. 2일 인천 KIA전에 시즌 처음으로 1군 선발로 나와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는 사실은 그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듯했다. 물론 길었던 재활을 끝내고, 다시 건강하게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김광현을 감격에 젖게했다. 그는 "신인 때와 마찬가지의 전율이 느껴졌다"고 까지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냉정하게 돌아본 자신의 구위와 상태는 확실히 전에 비해 크게 손색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오늘의 투구 내용에 점수를 매긴다면?" 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입없이 말했다. "빵점입니다." 올시즌 개인 최고구속인 148㎞를 던졌고, 5이닝을 단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낸 투구에 대해 서슴없이 '0점'이라는 말을 한 것이다. 김광현이 본 이날의 김광현은 왜 '0점짜리' 였을까.

Advertisement

에이스의 기준은 엄격했다.

김광현은 '0점' 발언을 한 뒤에 곧바로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혹시나 이 말이 KIA 타자들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됩니다. 제가 0점이라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아프기 전에 좋았던 제 모습만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0점짜리 피칭'이라는 말을 잘못 해석하면 그를 상대로 1점도 못뽑은 KIA 타선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Advertisement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은 왜 굳이 '0점'이라고 평가했을까. 이는 이날을 계기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김광현의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김광현은 "오늘은 정말 운이 좋고, 수비나 뒤의 투수들이 잘 막아줘 이긴 것 뿐이에요. 공 자체로 보면 그리 좋지는 않았어요. 승리를 얻은 것이 기쁘지만, 오늘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고 여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출발선상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니 '0점'이라고 했다는 뜻이다. 길고 힘겨웠던 재활의 기간을 보내는 동안 김광현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기본 목표는 '아프지 않고 1군에서 던지겠다'였고, 진정한 최종목표는 '다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였다. 기본 목표는 이뤄졌지만, 최종목표는 아직 멀었다. 에이스의 기준이란 이렇듯 엄격하다.

부활의 과제 1. 포심의 힘을 되찾아라

Advertisement

그렇다면 김광현이 '에이스 부활'이라는 최종목표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가장 시급한 것은 직구, 즉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을 되찾는 것이다. 김광현은 2일 경기를 마친 뒤 "(뒤로 갈수록) 공에서 힘이 떨어진 점이 아쉬웠어요. 한 3회쯤 부터는 '힘드네'라는 느낌이 오더군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포괄적인 스태미너이기도 하지만, 포심의 위력을 말하기도 한다.

이날 김광현의 투구내용을 살펴보자. 총 79개의 공을 던졌는데, 비율은 각각 포심(43개)-투심(8개)-커브(5개)-슬라이더(23개)였다. 김광현의 주무기는 포심과 슬라이더인데, 부상 이전 공식적으로 포심패스트볼의 개인 최고구속은 152㎞까지 나왔었다. 이날은 148㎞를 찍어 올해 가장 빠른 구속을 기록했다. 공에 예전만큼의 힘이 붙어간다는 증거다.

하지만,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아직은 포심의 위력이 전과 같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최고 148㎞를 기록했지만, 평균구속은 141㎞였다. 148㎞는 1회초 3번 안치홍에게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로 던진 것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볼이었다. 이날 김광현이 던진 43개의 포심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7%(15구)밖에 되지 않았다. 제구력이 그만큼 완성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또 투구수가 늘어갈수록 포심 구속이 떨어졌다. 3회에는 최고구속이 139㎞에 그쳤고, 5회에는 142㎞가 나와 구속의 감소현상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부활의 과제 2. 투구수를 늘려라

포심의 위력을 되찾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해결과제는 바로 투구수의 증대다. 김광현처럼 오랜 재활을 거친 선수들은 전체적인 스태미너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다고는 해도 실전 경기에 나가 많은 공을 던지는 데에는 익숙치 않다. 그런 상황 자체를 연습하기 힘들어서다. 불펜에서 많은 공을 던진다고 해도, 실전마운드는 또 다르다. 넥센 김병현도 그랬고, 김광현도 마찬가지다. 한계투구수가 명확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SK 이만수 감독은 "투구수 80개 까지만 던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리미트가 딱 그 정도라는 얘기다. 실제로 김광현은 79개를 던지고 내려왔는데, 때마침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행운이 깃들었다. 조금만 타자와의 승부가 길어졌더라면 5회를 소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선발투수로서는 심각한 제약조건이다. 80개로 5회를 막아낸다는 것은 결국 1이닝을 16개 이내에서 끝내야 한다는 것인데, 구위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발투수의 기본 요건으로 '투구수 100개'는 정론화 돼 있다. 결국 김광현이 진짜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지금보다 적어도 20개 정도는 한계투구수를 늘려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지난 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와 5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무려 356일만에 선발승을 거둔 김광현

부활 희망투 던진 SK 김광현 '완전부활'위해 보충할 것은? 첫 선발 내용에 대해 스스로 '0점' 냉혹한 평가. 과거 모습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 최우선적으로 투구수 늘려야. 현재 80개가 맥시멈. 다음으로는 구속도 더 나와야 한다. 최고 148㎞나왔으나 평균구속은 140㎞초반에 그쳐. 결국 스태미너와 스피드 더 갖춰야 완전한 부활이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