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행운의 방망이입니다."
LG의 신고선수 출신 외야수 이천웅은 인터뷰 도중 자신의 손때 묻은 방망이를 보며 웃었다.
5일 목동구장. 이천웅은 데뷔 첫 경기 선발 출전의 영광을 누렸고, 3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일 정식선수로 전환된지 4일만에 누린 영광. 이날 LG 타자 중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한 타자였다. 게다가 2대0 승리의 발판을 놓는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영양가 만점의 활약이었다.
좌투좌타인 이천웅의 데뷔전 타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첫 타석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나간 이천웅은 5회 넥센 선발 강윤구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깔끔한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기 스윙을 했다. 7회 1사 2루서는 두번째 투수 오재영의 커브를 쳐 역시 중견수 앞으로 타구를 보냈다. 변화구를 예상이라도 한듯, 배트 중심에 정확히 받아놓고 쳤다. 경기 전 김기태 감독에게 들은 "공을 쪼개버려라"는 말이 생각나서일까. 긴장감 하나 없이 정확한 타격을 했다.
이천웅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해 2011년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드래프트 직후 "신고선수로라도 함께 해보자"는 LG 쪽의 전화를 받았다. 대학 때 투수와 야수를 오간 뒤 어깨부상까지 입어 성장이 침체됐지만, 성남서고 재학 시절 왼손투수로 훌륭한 모습을 보였기에 곧바로 러브콜이 왔다.
왼손투수였기에 프로에 을 수 있었지만, 입단 직후 외야수로 전향했다. 투수보다는 타자로 가능성이 있다는 2군 코칭스태프의 판단이었다. 신고선수였기에 처음엔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려갔다. 올시즌에는 붙박이 외야수로 28경기서 타율 3할4푼 14타점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격 6위.
퓨처스리그 맹타에 이어 1군 데뷔전 멀티 히트. 그때마다 항상 이천웅과 함께 한 건 끈적이가 군데군데 묻은 낡은 배트 한 자루였다. 이천웅이 '보물'이라고 밝힌 배트에 대한 사연이 재밌다.
경기 후 그라운드를 떠나던 정성훈은 덕아웃 한켠에 세워져있던 배트 한 자루를 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 짐을 다 챙겼는데 '정 성 훈'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방망이가 떡 하니 남아있었다. "천웅아, 이거 내 방망이 아니야? 어떻게 너한테 있냐"는 정성훈의 말에 이천웅은 군기가 잔뜩 들어간 채로 "네, 맞습니다"라고만 답했다. 정성훈은 "그래서 오늘 잘 쳤구나. 내일부터 갖고 와"라며 농담을 건넨 후 구단 버스로 향했다.
정성훈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배트를 자주 나눠준다. 하지만 이천웅에게 준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천웅은 "2군에서 나성용과 맞트레이드한 배트"라며 웃었다. 오키나와 캠프 때 정성훈이 나성용에게 준 배트였던 것. 이 배트를 쓰기 시작한 뒤로 유독 잘 맞았다고. 이천웅은 "소중히 다뤄 밸런스를 나한테 딱 맞게 맞춰놓았다. 나한텐 행운의 방망이"라고 했다.
절대 부러지면 안되겠다는 말을 하며 이천웅은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배트를 가방 안에 넣을 때도 한 손에 쥔 공은 절대 놓지 않고 있었다. 바로 첫 안타를 친 그 공이었다.
신고선수 출신 선수의 설레는 1군 무대 데뷔전과 감격스런 데뷔 첫 안타. 이민재 최영진에 이어 이천웅 역시 평생 잊지 못할 그 공을 손에 쥐고 있었다. 노력한 대가를 인정한 김기태 감독이 준 기회, 공을 놓지 않는 모습이 마치 그 기회를 꼭 붙잡으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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