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SK의 경기가 벌어진 6일 잠실구장. 두산 김진욱 감독이 1루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는 정수빈을 불렀다. 김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수빈이에게 기자분들이 얘기좀 해주라"고 했다. 정수빈이 슬럼프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조언을 부탁한 것이다.
물론 김 감독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수빈은 김 감독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김 감독이 정수빈에게 강조한 것은 출루였다.
정수빈은 지난 5일 잠실 SK전까지 최근 6경기에서 타율 1할4푼3리(21타수 3안타)에 그쳤다. 볼넷은 한 개 밖에 얻지 못했다. 시즌 타율은 2할4푼7리로 떨어졌다. 4월 타율이 3할4푼7리였던 정수빈은 5월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안타가 나오지 않으니 덩달아 출루율도 떨어졌다.
김 감독은 정수빈에게 "생각이 많으니 타격이 잘 안되는 것이다. 꼭 안타를 쳐서 나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안타를 치려면 노리는 공을 쳐야하고 타구는 야수가 없는 곳에 떨어져야 한다. 기습번트도 대고 몸에 맞는 볼로 나갈 수도 있다. 그러면서 답을 찾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흔들 수 있는 타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의 말을 들은 정수빈은 "저도 잘 안되니 답답합니다. 오늘은 몸에 맞아서라도 살아나가겠습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톱타자 고민이 많은 두산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두산은 1번 타순 타율이 2할5푼4리로 8개팀중 6위다. 정수빈이 부진을 보이는 동안 기존 톱타자 이종욱이 무릎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고, 오재원 역시 발목이 아파 1군에서 제외됐다. 톱타자 후보들이 하나같이 부상 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종욱이 빠진 이후 고영민 최주환 등이 톱타자로 나서고 있다. 이날 SK전에서는 고영민이 1번 타순에 기용됐다.
사실 두산의 톱타자 고민은 이종욱이 5월 이후 부진에 빠지면서 비롯됐다. 김 감독에 따르면 이종욱은 베이징올림픽을 뛰던 시절처럼 톱타자로서 활발한 타격과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톱타자는 현재로서는 최주환이 제일 낫다. 커트 능력도 있고 타석에서 나름대로 끈질긴 모습이 보인다"고 말할 정도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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