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2년차 징크스는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흔히 신인들에게 따라붙는 2년차 징크스는 외국인선수에게도 적용된다. 데뷔 첫 해 날고 기다가도, 분석당하고 간파당하면 두번째 시즌에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다. 잘 나가던 신인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것과 똑같은 패턴이다.
특히 한국야구가 점점 더 세밀화되는 지금의 현실에 비춰보면, 외국인선수의 롱런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외인들은 '한 수 아래'라는 인식 속에 발전적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강 외인은 '2년차' 주키치, 따라올 자가 없다
이런 면에서 LG의 왼손투수 주키치의 사례는 긍정적으로 보일 것 같다. 주키치는 올시즌 11경기에 선발등판해 7승무패 평균자책점 2.17로 고공비행중이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 두산 니퍼트도 6승3패 평균자책점 3.12로 잘해주고 있지만, 5실점 이상 대량실점한 경기가 세차례나 되는 등 기복이 있다. 주키치는 매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고,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가 11경기 중 10경기나 된다. 그야말로 '외인 성공사'다.
주키치 본인은 달라진 점에 대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부분만 신경쓰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주키치는 마운드에서 쉽게 흥분하는 스타일이다. 작년엔 특히 구심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올해엔 좀처럼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오히려 괴성을 지르는 등의 거친 모습은 야수들의 호수비 때 나온다. 2년차 시즌을 맞이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호흡하는 법이 늘었다.
변화에 대한 의지, 2년차 징크스 없는 이유다
단순히 감정 컨트롤로만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매경기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영혼의 배터리' 포수 심광호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물었다. 심광호는 "캠프 때 '이 녀석이?'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그는 "2년차 선수로서 살아남는 법을 깨달은 듯 했다. 작년과 달리 투스트라이크 이후 오른손타자 바깥쪽 직구, 왼손타자 몸쪽 직구를 마음먹고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직구는 이전부터 던져오던 것이다. 심광호는 이에 대해 "변화구가 워낙 좋다보니 작년엔 투스트라이크 이후 변화구를 던지던 패턴만 가져갔다. 그런데 이젠 역으로 직구를 던진다. 본인 스스로 고집하던 패턴을 바꾸는 등 달라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키치는 슬라이더 커브 서클체인지업을 두루 구사한다. 직구 마저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등 변종 직구 비율이 높다. 지난해엔 딱히 결정구가 없다고 할 정도로 '팔색조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직구의 위력이 동반되지 않았을 때, 변화구의 위력은 급감하는 법. 주키치는 지난해보다 구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이를 극복한 건 뛰어난 제구력이었다. 지난해보다 좋아진 밸런스로 면돗날 제구력을 보이고 있다.
심광호는 "오히려 주무기들은 중요할 때 쓰려고 아껴둔다. 경기 초반 직구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사라진 것 같다"며 "이제 본인이 '삼진을 잡겠다', '맞혀 잡겠다'는 식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 공을 던질 뿐"이라고 했다.
한국야구는 점점 세밀해지고 있다. 투수의 습관, 승부 패턴 등에 대한 분석은 이제 기본이다. 현미경 야구에 대처하는 주키치의 방법은 '변화'였다. 상대에게 분석당하지 않기 위해 패턴을 다양화하는 필사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7승무패라는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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