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트걸로 바꾸자는 건데. 혹시 다른 뜻이 있는 거 아냐?"
선수들이 "감독님, 우리도 배트보이 대신 배트걸로 바꾸면 안돼요?"라고 말할 때마다 한대화 한화 감독이 하는 말이다. 프로야구 인기가 크게 치솟으면서 야구경기 관련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는 팬들에게 여신급 대접을 받고 있고, 여성 연예인 시구자, 경기 진행 보조원인 배트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 배트걸이 자주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다. 덩치가 산만한 선수들이 우글거리는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내던진 배트를 정리하고 공을 줍는 아리따운 20대 초반 여성 배트걸은 금방 눈에 띈다.
최근 롯데 배트걸 신소정씨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이 미디어에 노출된 후 배트걸의 외모, 표정변화,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배트걸이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산과 한화, 삼성, KIA는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고 배트걸 대신 배트보이를 고집하고 있다. 이들은 왜 팬들이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배트걸을 거부(?)하는 것일까.
구단마다 야구에 대한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고, 또 실용적인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뚝심'의 두산은 OB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 줄곧 배트보이를 쓰고 있다. 여기에는 프로야구 열성팬인 구단주 일가의 야구철학이 담겨 있다. 김정균 두산 베어스 마케팅 팀장은 "야구는 야구다워야한다. 그라운드는 선수들을 위한 신성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구단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팬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그라운드가 아닌 스탠드에서 하면 된다"고 했다. 두산이 주로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20대 초반의 휴학생을 배트보이로 쓰고 있는 반면,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고 있는 LG는 배트걸을 내세우고 있다.
두산은 용역회사를 통해 배트보이를 수급하는데, 보통 경쟁률이 50대1에 이른다고 한다. 야구를 직접 즐기는 두산 열성팬인데다, 야구 이해도가 높다보니 일에 대한 열정,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 번 채용되면 한 시즌은 기본이고, 세 시즌 연속 배트보이를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보통 1,3루쪽 배트보이와 약쪽 외야 볼보이 4명이 한 세트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배트보이의 장점은 여성에 비해 활용도가 높다는 것.
한화와 두산의 배트보이는 일찌감치 경기장에 나와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다. 훈련 중에 공을 줍기도 하고, 훈련을 전후해 잡다한 일을 처리한다. 배트걸의 역할이 경기 중에 배트를 나르고 공을 정리하는 수준이지만, 배트보이는 좀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두산과 한화는 이들에게 배트보이 일당 4만원, 훈련 보조 일당 1만5000~2만원을 지급한다. 넥센은 배트걸 일당이 5만5000원이라고 했다.
오성일 한화 홍보팀장은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야구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여성팬이 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배트보이가 배트걸에 비해 언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 지 타이밍을 잘 잡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 구단에서는 응원단 관계자나 구단 직원이 배트걸 근처에 있다가 그라운드에 나가야할 타이밍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 배트걸이 분위기를 잘 파악하지 못할 경우 덕아웃의 코칭스태프가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빠른 경기 진행, 기동력은 배트보이의 장점 중 하나다.
삼성은 배트걸에서 배트보이로 바꾼 케이스다. 선수들의 시선이 자꾸 배트걸에게 향하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더란다. 스탠드의 관중이 배트걸 머리에 담배 재, 오물을 떨어트린 적도 있었다.
KIA는 광주광역시 지역 학생야구 선수들에게 경기 보조 역을 맡겨 왔다.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차원에서다. 일당이 5만원 정도인데 해당 학생의 소속 학교에 지급한다.
구단의 모기업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배트걸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팀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기업 특성상 소비재 사업이 많고, 소비자와 직접 접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친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성팬들이 크게 늘었는데, 딱딱한 남성 스포츠인 야구에 배트걸이 부드러운 이미지를 불어넣어준다고 본다"고 했다.
넥센은 시즌 개막에 앞서 취업사이트에 공고를 통해 배트걸 2명을 채용했다. 기본적으로 외모와 성실성을 채용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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