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LG 팬들도 경기 막판 박빙의 상황을 즐길 수 있게 됐다.
LG는 수년간 고질적인 뒷문 불안에 시달려왔다. 믿음직한 마무리투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불펜이 강한 것도 아니었다. 2007년 우규민(30세이브) 이후 매년 바뀐 마무리투수들은 두자릿수 세이브를 겨우 올렸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팔꿈치 수술 후 돌아온 봉중근이 12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2세이브를 챙겼다. 5월1일부터 12연속, 등판할 때마다 세이브다. '연투가 불가능한'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건 이제 시간 문제다.
LG 팬들을 설레게 하는 완벽한 마무리투수의 탄생. 하지만 봉중근과 LG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건 유원상이라는 든든한 필승계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원상은 올시즌 봉중근이 등판한 15경기 모두에 나섰다. 본격적으로 팀의 '마지막' 투수가 되기 시작한 5월1일부터는 두 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봉중근 바로 앞을 막았다. 7,8회는 어김없이 유원상의 몫이었다.
올시즌 유원상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환골탈태'다. 그만큼 완벽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하면서 제 옷을 찾은 느낌이다. 29경기서 2승1패 11홀드 2세이브. 시즌 초반엔 홀드 상황이 아닐 때 길게 던지는 역할을 하다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은 뒤 차곡차곡 홀드를 쌓아가고 있다. SK 박희수(16홀드)에 이어 홀드 2위.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기록도 눈에 띈다. 평균자책점 1.11에, WHIP(이닝 당 출루허용률)은 불과 0.98이다. 올시즌 최고의 왼손 중간계투가 박희수(평균자책점 0.76 WHIP 0.96)이라면, 오른손은 당연히 유원상이다.
볼넷이 많던 단점도 고쳤다. 2006년 한화 1차 지명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원상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나섰다. 하지만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놓은 뒤에도 볼을 연달아 던지며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이 잦았다. 컨트롤도 잘 안 됐고, 무엇보다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자신있게 공을 던지지 못했다.
9이닝 당 볼넷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화에서 뛰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5.60개, 5.80개, 4.36개로 '볼넷 남발형' 투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시즌엔 겨우 1.11개다. 5월1일 잠실 한화전에서 시즌 네번째 볼넷을 허용한 뒤 지난 7일 목동 넥센전까지 한 달 넘게 볼넷이 없었을 정도로 달라졌다.
사실 유원상의 투구를 보고 있으면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존에 과감히 공을 넣는다. 도망가는 법이 없다. 140㎞대 후반의 직구는물론, 140㎞를 넘나드는 슬라이더까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팡' '팡'하며 꽂힌다. 유원상의 고속슬라이더는 윤석민의 슬라이더를 보는 듯 하다.
뛰어난 구위에 확실한 필살기. 마치 에이스급 투수들의 호쾌한 투구를 보는 듯 재미있다. 터지지 않던 그의 잠재력에 애증을 갖고 있던 한화팬들 속은 타들어 갈 만도 하지만, 지켜보는 LG 팬들은 그저 흐뭇할 뿐이다.
유원상은 7일 현재 40⅔이닝을 던져 선발등판이 한차례도 없었던 순수 불펜투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확실히 걸어잠궈야 하거나, 동점임에도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면 어김없이 유원상이 마운드에 오른다. 1이닝 이상 책임져줄 때도 많다.
'너무 많이 등판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유원상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전날 박빙의 상황을 막아내고도 다음날 경기 전 만나면 "오늘도 준비한다. 또 나가고 싶다"며 웃는다. 냉장고에 준비된 카페인 음료 한 잔 마시고 나면, 피로도는 금세 가시고 집중력이 샘솟는다고.
오히려 그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FA 자격 기준인 88이닝을 채우고 싶다"고 당당히 말한다. 1군 등록일수로 FA 자격 기준을 채울 수 있지만, 선발 출신답게 '불펜 이닝이터'가 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제 곧 봉중근도 마무리로 확실히 자리잡는다. LG 팬들은 더 많이, 그리고 편안하게 유원상의 투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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