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라도 홈런은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만루 홈런은 흔치 않다. 그런데 한 시즌에 만루포를 3방이나 맞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시즌의 절반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면 상태는 더 심각하다.
삼성 좌완 차우찬(25)이 이런 딱한 처지에 놓였다. 그는 10일 인천 SK전 8회말 정근우에게 만루 홈런을 맞았다.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쐐기포를 얻어맞은 삼성은 3대11로 대패했다. 정근우는 한 시즌 홈런이 두자릿수가 안 되는 선수다.
차우찬은 지난 4월 7일 LG와의 개막전에서 이병규에게, 15일 넥센전에서 박병호에게 2경기 연속 만루 홈런을 맞았다. 그는 이번 시즌 9경기에 등판, 7홈런을 맞았는데 그중 3개가 만루홈런이었다.
차우찬은 시즌 초반 경기력 부진으로 4월 28일 2군으로 내렸다가 지난달, 26일 만에 1군으로 올라왔다. 요즘 그는 불펜에서 선발 복귀를 위한 점검을 하고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결국 차우찬이 잘 해줘야 삼성 마운드가 살아난다"면서 "선발로 돌아가야 한다. 그 전에 불펜에서 경기를 잘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의 요즘 구위는 시즌 초반 흔들릴 때와는 달랐다. 최근 직구 최고 구속이 147㎞까지 나오기도 했다. 시즌 초반 안 좋을 때는 구속이 140㎞ 초반에 머물렀다. 공끝에도 힘이 붙었다. 차우찬은 묵직하면서도 빠른 직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다. 제구력 보다 힘과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했었다. 지난 2년 동안 나란히 10승씩을 올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1선발로 낙점됐다. 동계훈련과 시범경기 까지 종합적으로 판단 결과, 차우찬의 구위가 선발 요원 중에서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초반 와르르 무너진 그는 약 한 달간의 2군 생활로 많이 바뀌었다. 겨울 동안 빠졌던 체중이 86㎏으로 제자리를 찾아갔다. 작아졌던 투구폼도 원래대로 커졌다. 등판 이후 손끝에 물집이 잡히기도 했다. 그만큼 공을 찍어서 힘있게 던질 수 있었다.
차우찬은 1군 복귀 후 5월 27일 SK전에서 다시 선발 등판했지만 1홈런 포함 8안타, 4실점으로 시즌 3패를 기록했다. 2군으로 내려가기 전 SK에 무너졌고, 다시 올라와 SK에 또 당했다. 이후 한화전(5월 31일)에서 중간 계투로 나가 행운의 첫승을 올린 차우찬은 사실상 마지막 테스트 등판인 10일 SK전에서 정근우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 마다 SK를 만나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차우찬의 구위가 시즌 초반과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선발 복귀를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구위는 좋아졌지만 경기 운영능력이 아직 매끄럽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4구를 남발했다. 또 SK 김재현 같은 경험이 부족한 타자에게 안타를 맞아 위기를 자초했다.
차우찬은 이번 만루포로 큰 심적 타격을 받았을 수 있다. 자신감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치명타를 입었다. SK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차우찬은 하루 빨리 만루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선발 복귀 시기는 더 늦춰질 것이다. 삼성 마운드의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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