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프로에 간다면 어떨까?
대회에 나가면 사고를 치는 '고교생 골퍼' 김효주(17·대원외고) 가 선배 언니들을 벌벌 떨게 하고 있다.
김효주는 한국 무대에 이어 일본까지 평정했다. 지난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 롯데마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골퍼의 깜짝 돌풍이라고 웃어 넘겼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이어 곧바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LPGA 챔피언십에선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뤄 12위를 차지했다. 우승은 아니지만 아마추어로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효주는 10일 일본에서 끝난 일본여주프골프(JLPGA) 투어 산토리 여자오픈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챔피언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여자골프계 역사를 새로 썼다. 만 16세10개월인 김효주는 일본 아마추어 최연소 우승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라운드 18홀에서 11언더파 61타를 치면서 일본 투어 18홀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현지 골프 관계자들은 "믿을 수 없는 성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일본 열도를 흔들었던 김효주는 11일 귀국했다.
아마추어 신분이라 우승 상금 1800만엔(약 2억6700만원)은 받지 못했다. 롯데마트 오픈에서도 우승 상금은 2위 프로 선수의 몫이었다. 두 대회 상금을 합치면 4억원에 가깝다. 그러나 김효주는 "상금이요? 전혀 아깝지 않아요. 그보다 큰 경험을 얻었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고등학교 2학년이면 아직 소녀다. 그러나 골프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는 순간 김효주는 수십년 프로생활을 한 선수 못지 않은 '능구렁이'다. 김효주는 "프로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그만큼 많이 배웠다. 덤으로 김효주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며 웃었다.
김효주가 처음 골프채를 잡기 시작한 것은 6살 때다. 강원도 원주에서 사업을 하던 부친 김창호씨는 어린딸을 돌볼 시간이 없어 골프 연습장에 맡겼다. 골프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딸에게 골프를 시킨 것이었다. 그런데 김효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골프 매력에 푹 빠졌다. 초등학교 4학년때 초등연맹대회에서 첫 우승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골프 신동'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국가대표주니어 상비군에 뽑히며 본격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중학교 3학년때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아마추어와 프로 대회를 오가며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아마추어 무대는 평정했다. 제주도지사배를 비롯해, 송암배, 일송배 호심배 등 주니어 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기량이 향상되면서 프로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을 갖췄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골프 전문가들은 김효주의 돌풍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김효주가 갖고 있는 강한 정신력 때문이다.
산토리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김효주는 "마지막 라운드때 의식적으로 스코어 보드를 보지 않았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자신의 이름을 스코어 보드를 통해 확인하는 순간, 샷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효주는 오능 9월 열리는 세계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뒤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김효주는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쓸 준비를 끝마쳤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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