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타자들은 양쪽에 장갑을 끼고 타석에 들어간다. 투수가 던지는 시속 140km가 넘는 공을 배트로 때릴 때 따라오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공의 스피드를 이겨내고 배트에 힘을 얹으려면 이런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이 배트 중심에 맞았을 때는 조금 덜하지만, 배트 끝에 공이 걸렸을 때의 울림은 손의 감각을 마비시킬 수가 있다. 울림이 누적되면 부상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넥센 이택근은 오른 손에 장갑을 끼지 않고 배트를 잡는다. 배팅 때 방망이를 통해 손에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손바닥에 통증이 생겨도 장갑을 찾지 않는다. 프로로서 자신만의 고집, 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습관 때문에 이택근은 최근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오른쪽 손에 충격이 쌓이면서 통증이 찾아왔다. 오른쪽 손바닥 엄지 아래 부분이 부어올랐다. 공을 때릴 때 정상적으로 힘을 싣지 못했다.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을 한다. 자신도 모르게 통증을 의식하게 되고 평소처럼 스윙을 하기 어려웠다. 이택근은 5일 LG전 이후 통증을 가라앉히며 대타와 대수비, 대주자로 경기에 나섰다.
그렇다고 본인이 휴식을 요청한 것도 아니다. 아품을 참고 타석에 들어가는 이택근을 보다못한 김시진 감독이 선발 제외를 결정했다. 이택근을 위한 배려였다. 팀의 리더로서 책임감이 강한 이택근은 김 감독의 이런 결정에 미안했다. 몸값을 못한다는 말, 몸을 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싶지 않았다,
지난 겨울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이택근은 4번 박병호, 5번 강정호와 함께 넥센을 프로야구 8개 구단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했다. 클러치 능력이 있는 이택근이 3번에 자리잡고, 파워가 있는 박병호 강정호가 포진하면서 넥센은 상대 투수에게 가장 위협적인 중심타선이 됐다. 그런데 그가 손바닥 통증으로 선발에서 빠진 동안 넥센 타선은 왠지 어색했다. 바퀴가 하나 없는 자동차, 넥센 타선이 그랬다. 그만큼 이택근의 존재감은 컸다.
12일 목동 KIA전을 앞두고 김시진 감독의 이택근의 타격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컨디션이 좋으면 선발 출전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택근은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5일 LG전 이후 5경기 만의 선발 출전 이었다. 손바닥 통증이 조금 가셨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오른손는 장갑이 없었다. 대신 오른손 엄지 부분에 테이핑을 하고 배트를 잡았다.
선발에서 빠져 쉬는 동안 좀이 쑤셨던 걸까. 이택근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갔다. 2회 말 KIA 선발 소사를 상대해 시즌 4호 좌월 2점 홈런을 터트렸다.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3대0 대승을 이끌었다.
이택근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박흥식)타격코치가 칠판에 마음 심(心)을 크게 쓰셨다. 요즘 어려운 경기가 많았는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였다. 손바닥이 아파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힐려고 노려친 게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넥센 타선의 리더 이택근은 달랐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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