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 두산전을 앞둔 롯데의 덕아웃.
롯데 황재균은 양승호 감독을 향해 손가락 6개를 펴 보였다.
60만원을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 내기에 대한 포상이었다.
12일 부산 두산과의 경기에서 황재균은 생애 첫 4번 타자로 출전했다. 홍성흔과 강민호의 부상공백 때문이었다. 마땅히 4번 타자로 배치할 선수가 없는 상황. 그렇다고 섣부른 타순조정은 부작용이 있었다. 4번의 부담감에 의한 타격 컨디션 저하 및 롯데 타선 자체의 밸런스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양 감독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황재균을 4번으로 배치했다.
그러면서 '단타나 타점을 올릴 때 10만원, 경기에서 이기면 50만원을 준다'는 내기를 했다. 황재균은 6타수 1안타를 쳤다. 롯데는 12회 연장 접전 끝에 4대3으로 이겼다. 결국 황재균이 내기를 통해 받을 돈은 60만원.
이 메시지를 본 양 감독은 "알았어. 지금 유니폼을 입었는데 돈이 있겠냐. 이따가 감독실로 와"라고 일부러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치사한 놈이다. 지난번 내기에서 내가 이기니까 취재진이 다 있는데서 10만원을 주더라. 근데 감독체면에 받을 수가 있나. 아무도 없을 때 줘야 받지"라고 하기도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양 감독은 황재균의 4번 역할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1안타밖에 치지 못했지만, 4번의 중압감을 느끼지 못한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경기 초반 득점찬스를 무산시켰지만, 4번으로서 별다른 압박감은 없었다. 오늘은 감독님이 내기를 하지 않으실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1회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수비에서도 김동주의 2루타성 타구를 단타로 막아내며 결정적인 수비를 했다. 결국 황재균은 이날도 4번 타자로 출전했다.
양 감독은 황재균에 대해 "제 역할을 다했다. 그 정도는 만족한다"며 "이따가 감독실에 가서 60만원을 좀 깎아야겠다"고 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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