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용병 라이벌' 시대가 열렸다.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를 대표하는 니퍼트와 주키치가 최고 투수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니퍼트가 13일 부산 롯데전서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7승을 거두며 다승 선두 주키치에 1승차로 따라붙었다. 평균자책점서는 주키치가 2.34로 1위, 니퍼트는 2.88로 8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존재감과 카리스마에서 이들에 필적할 외국인 투수는 없어 보인다. 더구나 각각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어 이들의 활약은 잠실 라이벌 두 팀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라이벌 관계를 해부한다.
이런 용병 라이벌은 없었다
현재 한화 류현진과 KIA 윤석민은 피로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자연스럽게 니퍼트와 주키치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로 최고 투수 자리를 놓고 두 용병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적은 없다. 2004년 두산 레스와 KIA 리오스가 17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오르며 정상을 다퉜지만, 그해 최고의 투수는 MVP에 오른 삼성 배영수였다.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2007년에는 두산 리오스와 SK 레이번이 에이스로 각광을 받았으나, 22승의 리오스가 너무나 독보적이었기 때문에 라이벌로 둘만한 투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니퍼트와 주키치는 '잠실 앙숙' 두산과 LG에서 1선발을 맡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두 투수 모두 국내 2년차다. 지난해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26일 주키치가 9이닝 7안타 1실점, 니퍼트가 8이닝 8안타 1실점으로 불꽃튀는 대결을 펼치면서 둘은 서로를 라이벌로 보기 시작했다.
기록으로는 누가 양질인가
올해 둘 간의 맞대결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니퍼트와 주키치가 맞붙는다면 '류현진-윤석민' 못지 않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날 현재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주키치가 앞서 있지만, 투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니퍼트는 선발 에이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나다. 니퍼트는 12경기에서 84⅓이닝, 주키치는 12경기에서 80⅔이닝을 던졌다. 투구이닝 1위인 니퍼트는 전체 투수중 유일하게 선발 게임당 투구이닝이 7이닝을 넘는다. 올시즌 완투경기가 니퍼트는 1개, 주키치는 아직 없다. 지난 시즌에는 니퍼트가 2번, 주키치가 1번 완투를 했다. 하지만 위기관리능력과 꾸준함에서는 주키치가 앞선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주키치는 11번, 니퍼트는 9번이다. 니퍼트는 6월 들어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올시즌 5실점 이상 경기가 3번이나 된다. 반면 주키치는 지난 4월13일 잠실 KIA전서 6⅔이닝 5실점한 것을 제외하면 무너진 적이 없다.
스타일과 성격도 다르다
두산과 LG의 잠실경기가 열리면 둘은 같은 미국 국적의 이방인으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2년째 같은 팀에서 뛰다보니 개인적인 친분이 두텁다. 그러나 마운드에서는 정반대의 색깔을 뿜어낸다. 각각의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 침착하고 새색시같은 성격의 니퍼트는 화를 내거나 파이팅 제스처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매번 이닝이 끝나면 수비수들을 격려하기에 바쁘다. 니퍼트는 몸쪽보다는 바깥쪽 승부가 뛰어나다. 반면 주키치는 활달한 성격으로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인다. 몸쪽 승부를 즐기며 이겼을 때의 제스처도 크다. 피칭 스타일도 반대다. 니퍼트는 장신(2m3)에서 내리꽂는 150㎞대 직구가 주무기다. 직구 구사비율이 60~65%다. 주키치(1m95)는 커터의 달인이다. 구사 비율은 경기마다 다르지만, 지난 10일 두산전서는 30% 정도 됐다. 우타자 몸쪽으로 던지는 130㎞대 후반의 커터는 땅볼 유도와 삼진에 효과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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