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3승 vs. 11경기 2승
SK의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이 복귀 후 3경기 연속 호투를 펼쳤다. 14일 잠실 LG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3승째. 시즌 3경기서 전승이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는 덤이었다.
늘 비교되는 라이벌이자 한화의 고독한 에이스인 류현진과 극명히 엇갈리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개막 이후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시즌 11경기서 2승3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중이다. 타선의 득점 지원을 못 받는 등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게다가 류현진은 지금 1군에 없다. 지난 7일 대전 롯데전에서 등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복귀하자마자 원샷원킬의 신바람을 내는 1년 후배 김광현의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잊혀진 에이스 김광현, 불안요소 가졌던 히트상품
보통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를 거론할 때 나오는 이름은 한화 류현진과 KIA 윤석민이다. 하지만 2011년 이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여기에 김광현의 이름도 있었다.
김광현은 2008년 16승(4패)으로 다승왕과 탈삼진(150개)왕을 차지하며 최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2009년 타구에 손등을 맞아 12승(2패)에 그쳤지만, 2010년에는 17승(7패)으로 다시 다승왕 타이틀을 되찾았다. 모든 투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192⅔이닝을 던지며 이닝 소화력까지 검증해냈다.
호리호리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동적인 투구폼, 그리고 포수 미트에 정확히 꽂히는 150㎞대 강속구. 김광현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SK가 첫 우승을 차지한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혜성처럼 등장했고,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중심에 있었다. SK가 비인기구단의 설움을 딛고, 성적으로 흥행 요소를 갖추는 데는 김광현의 역할도 컸다.
하지만 김광현은 동시에 불안요소를 가진 상품이었다. 특유의 다이내믹한 스트라이드 동작은 그에게 강속구를 줬지만, 높은 타점에서 오는 불안한 자세는 밸런스가 깨졌을 때 엄청난 위험요소가 됐다.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승승장구하는 동안, 베이징올림픽과 제2회 WBC 대표팀에 참가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아시아시리즈에도 다녀왔다. 휴식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쌓여가던 불안요소는 지난해 안면 마비(뇌경색) 후유증으로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어깨 부상까지 발전했다.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 이제 7이닝-100개 간다
하지만 김광현은 겨우내 차분히 재활에 매달렸다. 조급해 하지 않고,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갔다. 과정이 어땠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1군 복귀 후 3경기 결과가 말해준다. 김광현은 지난 2일 인천 KIA전에서 5이닝 무실점, 8일 인천 삼성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승리의 여신은 김광현이 나왔다 하면 입을 맞췄다. 첫 등판에서 79개, 두번째 등판에서 86개를 던졌다.
14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팀 타선의 득점지원이 2점에 불과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2대0 승리로 끝났다. 역동적인 투구폼은 여전했다. 좀더 부드러워진 느낌이 있었다. 아직 공이 손에서 빠지는 모습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주 레퍼토리가 아닌 커브였다. 김광현은 총 93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1볼넷을 허용했다. 삼진은 무려 7개나 잡아냈다. 직구(43대)와 슬라이더(33개) 위주의 피칭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 체인지업(6개) 투심패스트볼(6개) 커브(5개)가 있었지만, 간간이 섞어 던지는 수준이었다.
147㎞를 기록하긴 했지만, 아직 가장 좋았을 때의 스피드는 아니다. 지금보다 평균 3~4㎞ 더 나와야 한다. 하지만 김광현에겐 슬라이더가 있었다. 고비 때마다 돌파구를 만들어준 건 슬라이더였다. 삼진 7개 중 무려 다섯차례나 마지막 공으로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김광현은 경기가 끝난 뒤 "먼저 팀이 이긴 게 기쁘다. 직구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 다만 커브가 조금 아쉬웠는데 이 부분을 빨리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첫 등판부터 79개-86개-93개로 늘려온 투구수, 다음 등판 때는 100개 가까이 공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은 "5개씩 투구수를 늘리는 게 목표다. 다음 경기 땐 한 이닝 정도 더 던지고 싶다. 그게 내 다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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