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감흥은 기대치에 반비례하곤 한다. 어떤 영화를 보고 나온 우리의 반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기대에 비해 실망스럽다'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를 느꼈다'거나. 이런 점에 있어서 리들리 스콧 같은 감독은 늘 부담을 안고 영화를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의견이 분분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리들리 스콧이 오랜만에 만든 SF 대작이라서 잔뜩 기대했는데 왜 이렇게 허무해?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믿거나 갈구하는 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리들리 스콧의 SF니까 <에이리언>이나 <블레이드 러너>에 맞먹는 짜릿함을 안겨 줄 것이라는 확신처럼 말이다. 재미있는 건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 자체에서 맹목의 폐해를 느꼈다는 점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누미 라파스)는 인간의 조상이 외계인이라는 가설을 맹신하며 그 근원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매달린다. 과학자적 호기심의 도를 넘어선 듯한 그녀의 행동은 괴생명체의 출현으로 파국을 맞이하기 전까지 극의 긴장감을 팽팽히 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탐사대를 꾸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의 영생에 관한 탐욕이나 웨이랜드의 목적을 위해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인조인간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도 그렇다. 아무 생각 없던 탐사대원들의 희생은 괴생명체가 아니라 맹목적인 행동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창조한 현실에 따르면 외계인은 인간을 만들어 놓고는 다시 인간을 말살시키려 했다. '도대체 왜?'에 대한 해답을 영화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극중 인간들의 소행으로 유추해 볼 수는 있겠다.
결국, 하고자 하는 담론을 너무 장황하게 포장한 것이 <프로메테우스>의 맹점이 아닐까 한다. 인상적인 거라곤 엘리자베스가 배에서 에이리언을 꺼내는 신과 에이리언 탄생의 순간을 담은 마지막 장면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에이리언>의 전신을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 이상의 무언가가 전해지지 않는다.
<프로메테우스>는 리들리 스콧 영화 치고 실망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수려한 비주얼과 서스펜스를 지닌 SF 스릴러로서 나쁘지 않은 만듦새다. 누미 라파스라는 배우에게 '제2의 시고니 위버'로서 가능성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는 점과 마이클 패스벤더의 할리우드에서의 활약에 더욱 주목하게 됐다는 점은 별도의 수확이다. 그래, 속편은 어떨지 두고 보자. 어찌됐든 이런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드는 리들리 스콧이다. 두렵지만 설레는 맹목이다.<정미래 객원기자, Filmon(http://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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