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겉멋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16일 목동 넥센전에서 5대4 한점차 승부를 지키며 시즌 15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롯데 마무리 김사율. 경기 후 트레이드마크인 굵은 땀방울을 훔쳐내고 있는 김사율을 만났다. 안도감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3번의 블론세이브 기록이 마감됐기 때문이었을까.
김사율이 지긋지긋했던 홈런포 악몽에서 벗어났다. 김사율은 16일 경기에서 팀이 5-4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8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4타자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9일 부산 KIA전, 12일 그리고 14일 부산 두산전에서 연달아 홈런을 허용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오랜만에 세이브를 기록한 것도 중요했지만 가장 눈에 띈 건 확 달라진 구위였다. 목동구장은 기자실의 위치 특성상 포수 바루 뒤쪽에서 투수들의 공을 볼 수 있는데 최근 경기들과는 직구의 구위 자체가 틀렸다. 구속은 140㎞ 초반대로 비슷했지만 볼끝에 확실히 힘이 느껴졌다. 여기에 홈플레이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도 좋았고 특히 허를 찌르는 볼배합으로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앞서는 모습이었다. 양승호 감독이 경기 후 "김사율이 살아난게 고무적"이라고 말했을 정도.
14일 패전투수가 된 이후 이틀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을까. 김사율은 "지난 1주일간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14일 경기 이후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솔직한 고백이 이어졌다. 김사율은 "솔직히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다보니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다. 투수라면, 그리고 마무리 투수라면 다들 그런 욕심이 있지 않은가. 똑같은 세이브를 해도 멋있게 삼진을 잡고 타자를 윽박지르고 싶은 마음말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욕심이 들다보니 타자와의 머리 싸움보다는 더 빠른 공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했고 그 결과 타이밍 싸움과 제구가 엉망이 됐던 것이다. 여기에 피칭 스타일 자체가 강속구 투수가 아닌 만큼 힘을 주면 줄수록 공이 가볍게 날려 들어가는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구속은 늘어도 공에 힘이 떨어지자 타자들이 친 타구의 비거리는 그만큼 늘어나게 된 것이었다.
김사율은 "주장이고, 마무리 투수로서 책임감 없는 행동이었다. 다행인 것은 3번의 아픔을 겪으며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확실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는 김사율다운 피칭만 하자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결과가 좋아 나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날 경기와 같은 마음가짐으로만 등판을 하면 허무하게 홈런을 내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등판에 많은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시원한 강속구에 상대 타자들이 헛스윙을 연발할 때마다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투수가 마무리 역할을 맡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롯데 부동의 마무리는 김사율이다. 스타일이 다르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화려함은 필요없다는게 주장이자 마무리 투수의 생각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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