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이라는 투수가 선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지난 겨울, 경찰청 제대 후 LG에 합류한 우규민은 2년 간의 군생활을 돌이켜 보며 이런 말을 했다. 우규민은 시즌 시작이 두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말을 입증해냈다. 16일 군산 KIA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자책점은 0. 프로에 데뷔한 2004년 이후 첫 선발등판에서 거둔 첫 선발승이었다.
선발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해 우규민의 기록은 당장이라도 1군 마운드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경찰청 2년차였던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15승무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하며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경찰청의 퓨처스리그 우승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열린 최우수선수(MVP) 시상식에 참가해 상도 받았다. 하지만 앞줄에 있는 1군 선수들을 보며 들러리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날 우규민은 '내년엔 1군 투수로 당당히 이 자리에 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선발에 대한 욕심도 컸다. 비록 2군이었지만, 맹활약을 펼치며 제 몸에 맞는 옷을 찾은 기분이었다. 마무리로 팀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도 좋았지만, 선발로서 경기를 이끌어가는 것 역시 투수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캠프를 마친 뒤 최종적으로 불펜에 자리잡았다. 이전 보직이었던 마무리도 아니었다. 160㎞의 강속구를 뿌리는 리즈가 마무리로 선택됐고, 우규민은 그 앞에 던지는 불펜투수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캠프에서 믿음직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선발이나 마무리 모두 '2%' 부족해 보였다. 1차 체력테스트에서 기준 미달로 뒤늦게 전지훈련에 합류한 것도 타격이 컸다.
결국 우규민은 필승조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계투 보직을 받아들였다. 지고 있는 경기에 등판할 때도 많았다. 상황에 따라 긴 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괜찮다"며 웃었지만, 못내 아쉬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우규민은 "사실 마무리 아니면 선발로 뛸 줄 알았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맡긴 보직이 최적의 보직"이라며 "올해는 다시 1군에서 공을 던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군에서 내 역할을 하겠다"고 했었다. 보직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어느새 팀의 중고참 반열에 접어든 책임감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주키치의 갑작스런 복통으로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LG 코칭스태프는 긴급히 투수 명단을 들여다봤지만, 적임자는 지난해 2군에서 선발로 던진 우규민 밖에 없었다.
결국 찾아온 기회. 우규민은 침착하게, 그리고 책임감있게 공을 던졌다. 전날 4시간52분의 시즌 최장시간 경기를 치르며 연장 12회 무승부를 거둔 팀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래야만 했다. 우규민은 "지친 야수들을 생각하면, 볼넷은 내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맞혀잡는 피칭을 한 게 효과가 있었다"며 "어제 불펜투수들이 많이 나왔다. 내가 최대한 길게 던져야만 했다. 그 생각만 갖고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우규민은 이닝 교체 때 야수들에게 먼저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실책을 하든, 호수비를 하든 마찬가지였다. 책임감이 더욱 커진 모습이었다.
게다가 경찰청서 다듬은 서클체인지업은 우규민을 당당히 '1군 선발투수'로 만들어줬다. 이 공이 좌타자 상대 사이드암투수의 약점을 최소화시켜줬다. 우규민은 이날 이용규 김원섭 최희섭 등 왼손타자들에게 고비 때마다 서클체인지업을 던졌다. 레퍼토리가 하나 더 늘어나자 상대와의 수싸움도 편해졌다.
전날 혈전의 아픔을 치유하듯 우규민은 LG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우규민은 차명석 투수코치의 '선발투수 20명 프로젝트'에서 10번째로 등장했다. 이제 곧 체력적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7,8월이 온다. 불펜투수들이 체력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여름, LG가 가진 수많은 선발자원들이 힘이 될 수 있다. 준비된 선발 우규민이 그 중심에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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