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다."
KIA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소사가 드디어 국내 무대 5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따냈다. 앞선 4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3패만을 떠안았던 소사는 17일 군산 LG전에서 8이닝 동안 3안타에 4사구 3개, 8탈삼진 무실점의 뛰어난 피칭으로 6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소사에게는 3연패 끝에 첫 승을 챙긴 것도 기뻤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드디어 '쿠세'문제를 극복했다는 것이 더 기쁜 일이었다. 소사는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와 각이 큰 슬라이더로 무장한 우완 정통파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5월 26일 광주 LG전(6이닝 2실점, 승패없음)과 두 번째로 나선 1일 인천 SK전(8이닝 1실점, 완투패)에서 호투하며 그 기대감을 만족시켰다. 하지만, 이후 두 번의 등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6일 광주 삼성전과 12일 목동 넥센전에서 각각 4이닝 7실점, 3이닝 7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소사의 이런 몰락에 대해 많은 야구인들이 '쿠세 노출'을 원인으로 꼽았다. 비단 소사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곧바로 한국무대를 밟은 대부분의 외국인 투수들이 첫 관문처럼 겪게 되는 문제가 바로 '쿠세 노출'이다.
외국인 투수의 첫 장벽, '쿠세'의 실체
쿠세란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 구종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동작의 차이를 뜻한다.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그립이나 팔의 스윙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차이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달라지면 타자 입장에서는 예측 타격이 쉬워진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어릴 때부터 이런 동작의 차이를 줄이는 연습을 한다. 세트포지션에서 글러브의 위치를 일정하게 하고, 그립을 바꿀 때 손이나 근육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투구 시 다리를 일정한 높이로 드는 연습을 야구에 입문할 때부터 반복적으로 몸에 익힌다.
그러나 미국야구는 이런 세밀한 분야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공 자체의 힘으로 타자를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각자의 개성적인 폼을 인정하는 분위기라 어느 정도 투구폼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한다.
수많은 외국인 투수들을 거느렸던 KIA 선동열 감독은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 투수들에게 '쿠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거의 모든 투수가 그런 개념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들에게 투구 동작을 찍은 영상을 보여주며 구종에 따른 폼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지적하면 모두 다 깜짝 놀란다. 그때부터 쿠세 교정 작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선동열 감독, 두 가지 족집게 과외 적중
소사 역시 '쿠세'로 인해 큰 고생을 겪은 케이스였다. 첫 두 차례의 등판에서 직접 상대한 LG나 SK는 소사의 쿠세를 발견할 시간이 충분치 못했다. 그러나 다른 구단 전력분석팀은 '매의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첨단 영상분석 장비와 경험을 토대로 소사를 면밀히 분석했다.
결국 소사의 쿠세가 드러났다.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글러브 안에서 공의 그립을 변화시킬 때 움직임이 너무 큰 것이었다. 특히 손가락 사이에 공을 끼우는 포크볼 그립을 잡을 때 손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달랐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글러브의 위치가 문제였다. 세트 포지션에서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글러브의 위치가 배꼽 부분에서 가슴 쪽까지 오르락내리락 했다. 이 정도 차이면 타석에 선 타자들에게는 '나 지금 ○○ 던진다' 하고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 감독은 가장 먼저 이 두가지 쿠세를 교정했다. 그런데 세 번째 쿠세는 아주 미묘했다. 투구 시 자유족 즉, 우완투수 소사의 경우 왼쪽 다리를 드는 타이밍과 높이가 다른 것이었다. 선 감독은 "그 차이는 너무 순간적이고 미묘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얘기는 해놨는데, 타석에서 그 찰나의 타이밍마저 보고 치는 타자는 거의 없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실 쿠세도 쿠세지만, 소사가 최근 난타당했을 때 보면 공이 전부 한복판으로 쏠린 게 더 큰 문제였다. 그 문제를 보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소사의 케이스에서 보자면 외국인 투수의 쿠세 극복 방법은 두 가지로 여겨진다. 하나는 당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쿠세는 서둘러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고, 또 타자들에게 공략법마저 제공하는 쿠세라면 무조건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쿠세를 고치고자 투구폼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반대급부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심각한 쿠세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개성적인 투구폼은 인정하고, 구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선동열 감독의 결론이다.
군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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