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6월21일 프로야구판에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KIA 김동재 전 수비코치가 그날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인천 원정 3연전을 치르고 밤늦게 광주에 도착해 귀가한 뒤 다음날 오전 병원으로 후송됐다. 김 전 코치는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다. KIA 구단이 김 전 코치를 돕기 위해 여러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전문 지도자로서 가장 의욕을 갖고 일할 나이에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지금도 많은 제자들이 "현역때 김동재 코치님의 유쾌한 농담과 조언을 들으면서 펑고를 받고 실력이 늘었던 게 기억난다"고 말한다. 프로야구 전체로 봐도 유능한 지도자를 잃은 건 큰 손실이다.
며칠 뒤면 김동재 전 코치가 쓰러진 지 2년이 된다. 당시 프로야구 지도자들의 스트레스와 열악한 환경 등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코치들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떠안고 살아야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코치들은 어떤 생각으로 사는가
30대 후반부터 50대 초중반까지 많은 코치들이 있다. 대부분 선후배 관계가 매우 끈끈했던 시기에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후배들에 대한 의욕도 높다.
저마다 다른 꿈을 갖고 산다. 훗날 감독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을 믿고 일하거나, 혹은 선수로서 뛰었던 팀의 코치를 맡는 걸 자부심으로 여기며 살거나, 야구판 자체에 남아있다는 걸 행복하게 여기면서 일한다.
처우는 열악한 편이다. 올해 KBO 등록 9개 구단 정식코치 168명의 평균연봉은 6790만원. 사회 통념상 평균연봉 자체는 커 보이지만, 당장 1년 뒤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신세다. 감독이 교체되면 짐을 싸는 경우도 많다. 퇴직금도 없다. 평균연봉이 6790만원이라 하지만 3000만원대 후반에서 4000만원대 초반을 받는 코치들이 대다수다.
우리나라도 점차 일본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처럼 돼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은퇴후 곧바로 코치로 일하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코치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사는 지를 눈으로 뻔히 봐왔는데 고생하면서 그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다수 코치들은 지금도 묵묵히 일한다. 정규시즌 때 야구장에 코치들이 가장 먼저 나온다. 야간경기를 마치고 야구장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 역시 코치들이다.
교육계 현실, 프로야구도 겪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 교육 현장이 엉망이 됐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로야구 역시 세대가 바뀔수록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얼마전 모 구단의 A코치가 고민을 얘기했다. "어린 선수가 한두 해 주전으로 뛰면서 본인만의 고집을 꺾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본인이 굉장히 야구를 잘 하는 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어 고쳐주려고 조언하면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요'라며 듣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12년전 삼성 2군 감독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당시 삼성 투수 김상진이 2군에 잠시 내려갔다. 김 감독은 "너 지금까지 몇승 했냐"라고 물어봤다. 김상진이 "100승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100승? 그러면 네가 알아서 네 스스로 훈련해"라고 말했다 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치는 걸 즐기는 김성근 감독도 투수 김상진의 관록을 인정한 것이다. 손 안 댈테니 알아서 훈련하란 의미였다. 코치들도 마찬가지인데, 지도자들은 무턱대고 선수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누가 봐도 명확하게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걸 바로잡아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일부 어린 선수들조차 이미 스타의식에 젖은 경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가르치려는 코치들은 이런 부분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걸핏하면 희생양 되는 코치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지만,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는 코치들도 감독 못지 않다. 게다가 선수들은 과거와 달리 코치의 말을 한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도 코치들은 후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때 보람을 느낀다. 때론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모아놓고 밥을 사주기도 한다. "오늘은 괜찮으니 받아라" 하면서 맥주 한잔씩을 따라주고 "이럴 때도 있으니 힘 좀 내자"고 다독거린다. 한창 먹성 좋은 선수 3,4명과 함께 횟집이나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면 20만~30만원 정도는 우습게 나간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지"라고 코치들은 말한다.
묵묵하게 팀워크를 위해 노력하는 이런 코치들을 구단이 뒤흔드는 경우도 많다. 한국프로야구의 매우 잘못된 관행 가운데 하나인데, 팀성적이 나쁠 경우 일단 코치들부터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문화다. 뭔가 변화를 통해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이긴 해야겠는데 딱히 방법이 없을 경우 가장 만만하게 등장하는 게 바로 코치진 물갈이다. 역대로 시즌중 코칭스태프 대폭 물갈이가 있은 뒤 팀성적이 올랐던 경우가 과연 몇차례나 있었을까. 성공 사례가 딱히 기억도 안 난다.
이처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코치들은 야간경기를 마친 뒤 두세명씩 모여 식사를 겸해 소줏잔을 기울인다. 그게 또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코치들과 어울려보면, 그들은 술자리에서도 앞선 경기를 복기하며 아쉬워하고 특정 선수의 부진에 애타는 심정을 내비친다. 선수는 한두 시즌 성적을 내면 연봉이 껑충 오르지만, 코치들은 그렇지 않다.
코치가 프로야구의 근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선수의 실수가 나오면 TV 카메라에 해당 파트 코치 얼굴이 가장 먼저 잡히고, 어떤 선수가 기량이 급성장하면 이전 코치는 무능했다고 욕을 먹고, 거꾸로인 경우도 있고. 하지만 '동네북' 코치들이 '선배이자 선생님'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그나마 프로야구는 발전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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