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나쁘다고 팬 서비스 잊으면 안되죠."
한화는 지난달 8일 대전구장에서 KIA를 상대로 진짜 홈 개막전을 맞았다.
대전구장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이번 1개월 동안 청주구장을 사용하다가 처음으로 대전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한화 구단 정승진 대표이사는 정장 바지, 와이셔츠 차림에 직접 걸레를 들고 관중석에 올라가 청소를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당시 리모델링 공사가 여전히 진행중인 터라 공사현장에서 날아든 먼지가 경기장 곳곳에 자욱했기 때문이다.
비록 공사현장에서 치르는 반쪽짜리 홈 개막전이었지만 홈팬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생각에서였다.
정 대표 뿐만 아니라 한화 구단 직원들은 이후 대전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행여 관중에게 불편한 게 있을까봐 동분서주해야 했다.
이제 이런 수고는 상당 부분 덜게 됐다. 19일 비로소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대전구장이 그랜드 오픈을 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날 LG전에 앞서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하며 제2의 개막식을 열었다. 완공된 대전구장은 그럴 듯했다.
내야석 3층을 올려 1만500석이던 관중석을 1만4200석으로 늘렸고 1, 3루 불펜이 있던 자리에 익사이팅존이 신설됐다. 홈팀 뿐만 아니라 원정팀 라커룸에 개인 사물함을 설치하고, 외야석 밑에 설치된 불펜 연습장에도 홈-원정팀 차별을 두지 않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대전구장의 외형은 이전과 달리 크게 변모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게 있었다. 한화 구단의 팬 서비스 마인드였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그랜드 오픈을 준비하면서 팬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삼았다"면서 "비록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관중을 모시는 일이라도 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랬다. 완공된 대전구장 곳곳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관중 친화적인 섬세함이 배어있었다. 내야석 앞을 둘러 친 안전 그물망(백스톱)은 현행 8개 프로구단의 홈구장 가운데 유일하게 검정색으로 장식됐다.
NC가 사용하는 마산구장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기존 초록색 그물망은 관전 시야를 방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수백만원을 들여 검정색으로 일제히 교체했다.
새로 생긴 3층 관중석은 안전장치가 완벽에 가깝다. 3층 관중석 앞쪽 추락 방지용 펜스는 멀리서 보면 가느다란 쇠막대기를 엮어 만든 임시 구조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특수 강철 와이어를 엮어 만든 첨단 안전장치다.
펜스 높이도 관중석에 앉았을 때 관전하는 시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여러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쉽게 넘어가지도 못하도록 정밀하게 측정했다. 이 뿐만 아니다. 행여 짓궂은 팬들이 펜스에서 장난치다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그 밑에 2차 추락 방지 그물망을 설치했다. 이 역시 수십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와이어가 주 재료다.
기존 전광판 옆에 설치된 보조 LED 전광판은 메이저리그에서 사용되는 첨단 제품이고, 장내 방송과 응원가를 쾌적하게 청취할 수 있도록 설치된 대형 스피커는 5억원짜리 최신형이다.
3층 구조물이 생기면서 생긴 2층 뒤쪽 여유 공간에는 매점과 상품샵이 보기좋게 들어섰고, 여성용 화장실도 대폭 확충됐다.
무엇보다 새로운 자랑거리로 등장한 것은 2층 관중석 뒤쪽 커플석과 내야석 양쪽의 익사이팅존. 커플석과 익사이팅존은 다른 구장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것이지만 그동안 공간이 협소해 팬 서비스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던 대전구장으로서는 획기적인 진화였다.
특히 익사이팅존은 일반 관중석의 입장료보다 2배 이상 비싼 데도 가장 먼저 예매가 끝나는 인기공간으로 이미 자리잡았다고 한다.
달라진 대전구장은 문학, 잠실구장 등 대형구장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할 수 있다. 하지만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고. 한화 구단이 대전구장에 담은 팬을 위한 마음은 감동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등장하는 정성스런 밥 한그릇 그 이상이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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