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루수 안치홍은 남보다 야구 욕심이 많다. 당연히 남보다 고민이 많다. 모범적인 코스를 밟으며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머리는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다.
안치홍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화두는 장타 실종이다. 최근 고민이 늘었다. 장타를 위해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기 시작하면서 부터 덜컥 문제가 발생했다.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면서 파울 타구도 모두 왼쪽으로 가더라구요. 기존의 제 것을 유지한 상태에서 새 것을 시도했어야 했는데…."
안치홍 오지환 김상수 이학주 허경민 등 고교 야구계에 걸출한 내야수들이 쏟아졌던 지난 2008년. 안치홍은 또래 내야수 중에서도 장타력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2009년 프로데뷔 첫 해 타율은 0.235에 그쳤지만 14홈런, 38타점으로 쏠쏠한 장타력을 과시했다. SK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천금같은 홈런포도 날렸다. 고졸 신인으로는 드물게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데 큰 힘이 됐던 파워 히팅이었다.
하지만 프로 데뷔 2년째부터 안치홍은 스타일을 조금씩 바꿨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컨택트 히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장타 생산은 에버리지를 끌어올린 뒤 해도 늦지 않을거란 판단이었다.
"원래 손목을 강하게 돌리면서 스윙을 했어요. 그래서 일단 맞으면 멀리갔죠. 그런데 정확히 맞히는데 주력하다보니 (손목을 강하게 활용한 타격을) 잊어버리게 된 것 같아요."
타율 상승을 얻은 대가로 홈런 감소를 지불한 셈. 실제 안치홍의 홈런수는 타율과 정확히 반비례해왔다. 홈런수는 14→8→5로 줄어든 반면 타율은 0.235→0.291→0.315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타율과 홈런의 조화로운 상승의 원년으로 삼고자 했던 올시즌. 장타 회복에 대한 조바심이 슬럼프를 불렀다. 가뜩이나 팀 전체적으로 최악의 홈런가뭄 속에 장타 생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던 터라 주변의 기대가 겹쳤다. "사실 제가 도루를 30개씩 하는 선수도 아닌만큼 타율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장타를 칠 수 있어야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예기치 못한 방황. 하지만 안치홍은 자타가 인정하는 영리하고 성실한 선수다. 해법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저렇게도 안될 때 답은 힘빼기다. 안치홍은 23일 SK전부터 힘빼고 밀어치기를 시도했다. 7회 부드럽게 밀어친 중견수 플라이는 잘 맞은 타구였다. 4-2로 앞선 8회 무사 1,3루에서는 전유수의 143㎞ 짜리 패스트볼을 가볍게 밀어 우중간을 갈랐다.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 2루타. 경기 후 안치홍의 표정은 조금 밝아졌다. "억지로 밀어치려고 한건 아니구요.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게 치려고 했어요."
오늘의 고민과 성장통. 파워와 정교함을 두루 갖춘 내일의 최고 2루수를 향한 밑거름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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