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상쾌, 통쾌.'
잠깐이 될 수도 있지만 1등을 한다는 게 역시 기분좋은 일이었다. 웃음과 여유가 넘쳤다.
27일 한화전을 앞둔 사직구장의 롯데 덕아웃이 그랬다. 분위기는 소문난 '만담꾼' 양승호 감독이 주도했다.
양 감독은 "이제 하루 선두에 올라선 것인데 축하받을 일도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좀처럼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 감독은 먼저 최근 일어난 황당 실책사건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황당 사건이란 지난 21일 SK(7대2 승)전에서 1루수 박종윤과 3루수 황재균이 저지른 어이없는 실책 장면을 말한다.
당시 SK 조인성의 평범한 내야 뜬공이 나왔는데 박종윤과 황재균이 머뭇거리다가 놓쳐버렸고, 2실점을 했다.
너무 어이가 없었던 양 감독은 타구가 투수 유먼-박종윤-황재균 3명의 선수 중간에 정확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누구의 실책으로 기록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뒤 박종윤과 황재균을 불러 둘의 머리를 박치기시키는 장난을 걸었다. 그리고는 "누가 더 아프냐"고 물었다.
박종윤이 더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 이에 양 감독은 "그럼 종윤이 너의 실책이다"라고 과학적인(?) 판정을 내렸다. 한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공식 기록지를 봤더니 박종윤의 실책이 맞더란다.
박종윤이 볼을 잡겠다고 먼저 콜사인을 한 게 기록원의 눈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판정 방식이야 어찌됐든 결국 양 감독은 황당 실책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애정남'이었다.
이후 양 감독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전날 시즌 6승을 챙긴 외국인 투수 유먼이 선수들과 장난을 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양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저 친구, 정말 희한한 스타일"이라고 두 번째 이야기를 보따리를 풀었다. 유먼은 등판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때가 360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등판하는 날에는 혼자서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찬바람이 쌩쌩 불다가도 등판이 없는 날에는 춤추고, 익살을 부리며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는 게 양 감독의 목격담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유면은 훈련을 마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와 양 감독을 발견하자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더니 모자를 벗고 거수경례를 하며 익살을 부렸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경례를 하는 폼은 유치원생처럼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덕아웃 분위기를 띄우는데 부족함이 없는 재롱이었다. 그러자 최고의 넉살쟁이 강민호가 빠질 리 없다.
강민호는 양 감독 뒤에 몰래 다가서서 '롯데 양 감독님'이라고 적힌 소형 카드를 들고 서서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그러자 양 감독은 "민호 너는 내 뒤에 서서 찍어도 머리는 나보다 크다"고 놀렸고, 강민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덕아웃의 웃음소리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 즈음 달변가 홍성흔이 등장했다. 양 감독은 곧바로 "야, 홍보부대변인. 대변인인 내가 말을 많이 했으니까 네거 바통을 넘겨받아라"라고 구원을 요청했다.
이에 홍성흔은 최근 늑골부상으로 보름간 2군에 갔다가 온 사실을 상기하며 "보름 동안 1군에서 빠졌있었더니 감을 잃어버렸어요"라고 되받아쳤다.
"내가 저 녀석들 때문에 웃는다"는 양 감독은 끊이지 않는 폭소 릴레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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