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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호감독 고원준 등판에 피말랐던 사연

by 최만식 기자
롯데와 한화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승리투수가 된 고원준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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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忍)자 수없이 새겼다."

짧은 시간이지만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바꿔!"라는 소리가 목 끝까지 치밀고 올라온 것은 억누르느라 피가 마르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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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승호 감독(52)이 27일 한화전에서 겪은 긴박했던 관전기다. 양 감독을 이토록 가슴 졸이게 한 이는 선발투수 고원준(22)이었다.

고원준은 이날 1군으로 복귀하자마자 29일 만에 선발로 출격했다. 양 감독은 다른 선발투수의 등판보다도 특히 고원준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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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심정 때문이다. 고원준이 2군으로 내려갈 때 이유로는 컨디션 저하 뿐만 아니라 징계성이 더 컸다. 음주 등 소홀한 자기관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아들같은 제자에게 채찍을 든 양 감독은 '야단을 쳤으면 따뜻하게 안아줄 때가 됐다'는 생각에 다시 기회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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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밀어줄거면 온몸을 바쳐 화끈하게 밀어주라'고 양 감독은 편안한 마음으로 고원준의 등판을 지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시작부터 양 감독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화 첫 타자 양성우에게 볼넷을 내준 고원준은 2번 타자 한상훈을 투수 땅볼로 잡으면서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3, 4번타자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내주면서 1사 만루의 위기를 초래하는 게 아닌가. 이후 후속타자 2명을 잇달아 범타로 처리하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이 때 벤치에서 지켜보던 양 감독은 "처음에 볼넷을 허용할 때 설마했는데 자꾸 (타자를)걸어보내고 나니까 투수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선발 투수를 조기에 교체해야 할지 극심한 갈등을 겪는 와중에도 인내한 것은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양 감독은 이날 고원준이 잘 던지든, 못 던지든 5이닝 투구수 100개를 채워주겠다고 가이드 라인을 설정했단다.

벌을 받아 의기소침해 있을지 모를 고원준을 '신뢰'로 보듬어 주기 위해서 등판시킨 만큼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초반에 살짝 불안했다고 교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야단은 쳤다. 진땀을 뺀 1회를 마친 뒤 고원준이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왜 자신감 없는 피칭을 하느냐. 상대 타자한테 맞는다고 전부 안타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는 것이다.

맞을 때 맞더라도 범타로 유도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던져도 될 것을 자꾸 도망가는 피칭을 하고 있으니 조기에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양 감독의 꾸지람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일까. 고원준은 2회 범타 2개를 유도하고 삼진 1개를 잡아내면서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그 사이 롯데 타선은 1회말 3점을 먼저 뽑아내면서 여유를 찾았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고원준이 3회 오선진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으면서 3-2로 쫓긴 것이다.

양 감독은 다시 갈등했다. "아무래도 불안해. 자칫하면 6연승이 깨지겠는데 바꿔 버릴까?" 이 때 양 감독은 새로운 구실을 들어 목 끝까지 치고 올라온 교체명령을 억지로 억눌렀다.

그 새로운 구실은 '5실점까지는 봐주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양 감독은 "요즘 롯데 타선이 물이 올라 먼저 3점을 올렸고, 김태균 최진행이 빠진 한화가 상대라면 5점을 내줘도 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니 다시 여유를 찾게 되더란다. 대신 불펜 요원들에게 3회가 끝난 뒤부터 몸을 풀도록 지시하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4회 1사 1, 3루, 5회 2사 1루의 상황을 맞을 때마다 엉덩이를 들썩거렸던 양 감독은 고원준이 승리요건을 갖춘 5회까지 102개를 던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투수를 교체했다.

양 감독은 "5회, 투구수 100개의 약속을 지켰으니 뒤도 돌아볼 것도 없이 두 번째 투수 최대성을 불러올렸다"며 피말랐던 1시간 40분을 회고했다.

'매를 든 부모의 마음은 더 아프다'는 심정 때문에 부쩍 늙어버린 양 감독은 "앞으로 올스타전 이전까지 3∼4차례 기회를 더 주겠다"고 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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